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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대우증권 클래식] 파워 샷에 퍼트 쏙쏙… 전성기 모습 그대로

16언더 정상… 최고 팬 서비스

박세리가 23일 KLPGA 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 마지막 3라운드 7번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한 뒤 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제공=KLPGA


드라이버 샷은 파워가 넘쳤고 퍼트는 홀을 찾아 쏙쏙 들어갔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플레이는 '골프여왕'의 전성기 모습 그대로였다.

한국 여자골프의 개척자 박세리(35ㆍKDB금융그룹)가 9년 만에 국내 대회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최고의 팬 서비스를 선사했다.

박세리는 23일 강원 평창의 휘닉스파크GC(파72ㆍ6,416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DB대우증권 클래식(총상금 6억원) 3라운드에서 버디 9개와 보기 2개로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합계 16언더파 200타를 기록한 박세리는 2위 허윤경(22ㆍ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3타 차이로 제치고 여유 있게 정상에 올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25승에 빛나는 세계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가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2003년 5월 MBC X-CANVAS 오픈이 마지막이었다. 9년4개월 만의 우승으로 박세리는 KLPGA 투어 통산 승수를 아마추어 시절 6승을 포함해 총14승으로 늘렸다. 최근의 우승은 2010년 5월 미국 LPGA 투어 벨 마이크로 클래식이었다.

2라운드에서 1타 차 단독 선두에 오른 박세리는 이날 까마득한 후배인 이미림(22ㆍ하나금융), 배희경(20ㆍ호반건설)과 함께 플레이를 펼치면서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세리는 6번홀(파4)까지 3타를 줄이며 순항했다. 초반 최나연(25ㆍSK텔레콤), 양수진(22ㆍ넵스)이 잠깐씩 공동 선두에 올라봤지만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박세리는 7번홀(파5) 보기로 주춤하는 듯했으나 오히려 이후 집중력을 발휘했다. 9번홀(파4)부터 12번홀(파3)까지 4홀 연속 버디를 엮어낸 것은 하이라이트였다. 14번(파5)과 가장 까다롭다는 16번홀(파4) 버디로 4타 차까지 달아났고 18번홀(파4)에서 2m 가량의 파 퍼트가 살짝 빗나갔지만 우승에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경기 후 박세리는 동반한 이미림, 배희경을 따뜻하게 포옹하며 격려했다. 20대 초반이 대세인 국내파 후배들은 어릴 적부터 '우상'이었던 대선배에게 감히 샴페인을 뿌리지도 못하며 조심스러운(?) 세리머니로 축하 인사를 대신했다. 우승상금은 1억2,000만원.



허윤경은 한화금융 클래식과 메트라이프 KLPGA 챔피언십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을 거두며 KLPGA 투어 시즌 상금랭킹 2위(3억601만원)로 올라섰다. 김자영(21ㆍ넵스)은 공동 14위(4언더파)로 대회를 마쳐 상금랭킹 1위(3억7,024만원)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올해 US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최나연은 3위(11언더파)를 차지했다.

후원사 대회 우승으로 기쁨 더해

박세리(35)의 KDB대우증권 클래식 제패는 보은의 우승이란 점에서 의미가 더했다.

박세리는 지난해 9월 KDB금융그룹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2007년 CJ와 결별한 후 4년여 동안 국내 주요 기업들이 후원을 주저하던 상황에서 강만수 KDB금융그룹이 손을 내밀었고 박세리는 후원사 대회에 첫 출전해 우승으로 화답한 것이다.

박세리는 올해 초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실 요즘 골프 잘하는 젊은 후배들이 많지만 강만수 회장님이 현재 우리나라 골프를 있게 한 개척자로 제 가치를 알아주고 선뜻 후원에 나서주셨다"며 "대한민국의 딸로 인정을 받고 있구나, 나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감동에 계약식 때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계약 당시 강 회장은 "(4대 메이저대회 우승을 모두 달성하는) 그랜드슬램을 반드시 달성하라"고 격려했다. "개인적으로 유일하게 못 이룬 기록이기 때문에 꼭 이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던 박세리는 이번 대회를 통해 여전한 '우승 에너지'를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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