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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향·낙원 속에 숨겨진 불편함

■ 장종완 두번째 개인전




'평화로운 숲 속에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더니 이상한 돌이 나타났다. 번쩍이는 이 돌을 향해 사자, 양, 소, 부엉이, 원숭이 등 숲 속의 동물들이 다가갔다. 돌 곁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낀 주변 동ㆍ식물들은 더 크고 화려하게 변해갔다. 처음에는, 숲이 낙원이 되고 진화(進化)한 듯 보였지만 종을 넘어 사랑(異種交配)하게 된 짐승들 사이에서 이상한 변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자연의 섭리는 점차 무너지고 말았다.'

일명 '에덴회화'로 불리는 이상향 그림으로 잘 알려진 젊은 작가 장종완(29)이 두 번째 개인전 'Wired Stone(이상한 돌)'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살롱드에이치에서 열고 있다.

전시 제목과 동명의 영상작품이 이번 개인전의 주축을 이룬다. 검정 바탕의 종이에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 다음 한 장씩 스캔해 연결한 4분짜리 애니메이션이다. 20개 이상의 그림으로 44개의 장면을 구성해 결국 1,000장에 가까운 그림을 그린 셈이 된다. 느린 걸음걸이를 닮은 듯한 속도감과 사람의 손맛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혁신적인 기술이 만들어놓은 현대사회의 인공적인 부조화와 불안함을 지적하고 있다. 작가는 "동물들을 이용해 우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이상한 돌'은 그 이면에 또 다른 불안을 숨기고 있을지언정 재해ㆍ전쟁ㆍ경제위기 등의 불안요소로 얼룩진 현대사회의 위안이자 희망인 '환상적 이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상향과 낙원을 그린 그림 속에서 불편함과 기괴함을 느끼게 하는 '에덴회화'와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이다.

2층 전시장에는 영상작품의 원화 40점과 함께 동물 가죽에 그린 신작들을 선보였다. 젖소 한 마리를 통째 벗겨 만든 소가죽에는 풀밭 위의 소와 양이, 사슴가죽 뒤에는 사슴이 뛰노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것 역시 표면적으로는 평화롭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불편한 조합, 불안한 기괴함이 숨어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원래 카펫 용도로 쓰이는 가죽이지만 사람들 발 아래에서 밟히는 것 대신 그 가죽의 주인인 동물이 행복했던 모습을 담은 작품으로 걸어주고자 매체를 바꿔 신작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한쪽에는 설치작품인 '이상한 돌'이 놓여있는데 전시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카메라의 모니터가 내장돼 있음을 아는 순간 '빅브라더(Big Brother)'를 연상시키는 색다른 공포와도 마주치게 된다. 전시는 28일까지. (02)546-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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