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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클린뱅크시대] 젊은 전문가로 주력 세대교체

C은행 朴모부장(54)은 『좋은 시절이 다 지나고, 낙엽처럼 떨어질 날만이 남았다』며 한숨을 짓는다. 은행밥을 먹은 지 30년이 되어가면서 그의 직장인생이 기로에 섰다. 내년초 합병은행으로의 출범을 앞두고 고참 부서장들을 대폭 물갈이할 것이란 소문이 들린다. 30년을 돌아본 그의 은행인생은 순탄대로였다.대기업에서 권고사직당한 친구들이나, 사업을 하다 집까지 날린 친지들을 볼 때마다 『은행이 얼마나 좋은 직장이냐』며 자족 하던게 바로 엊그제의 일. 그의 말대로 은행은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평생직장」이었다. 그 좋던 평생직장이 이제는 지옥같은 싸움터로 변하고 있다. 금융구조조정이 은행원들을 벼랑끝으로 몰고 있다. 벼랑에 매달려 살아남는 강인한 사람만이 구조조정 이후에도 은행밥을 먹을 수 있다. 그것도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다. 경쟁자를 깔아뭉개야 생존을 할 수 있는 「정글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덕훈 한빛은행 합병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까지는 은행원들이 절대로 깨지지 않는 쇠밥그릇을 갖고 있었지만 앞으로는 유리밥그릇으로 바꾸게 될 것』이라고 빗대어 말한다. 은행 주도세력의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합병을 앞둔 한일-상업이나 국민-장기신용, 조흥-강원 등에서는 『부장급 이상 가운데 절반 이상은 옷을 벗게 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젊은층」이 구조조정기의 은행산업을 이끌게 된다. 한빛은행 초대행장에 김진만 한미은행장이 후보로 지명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김진만 행장은 김정태 주택은행장과 함께 금융권 세대교체를 추구해온 50대(代) 기수. 김진만 행장은 한빛은행에 입성하면 국제금융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 특채를 실시, 브레인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의 은행은 전문가 불모지역이었다. 외환딜러를 비롯한 특수직종을 제외하고는 창구에서 돈을 세거나 신용카드 가맹점을 모집하는 것부터 일을 배운 사람이 대부분이다. 전공이나 관심사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이러다보니 은행원들은 능력을 발전시킬 기회조차 없었고, 대기업들이 대출을 요구하면 사업계획서를 액면 그대로 믿고 돈을 대주는 것이 관행으로 자리잡아왔다. 대출담당 직원은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해주지 말라』는 상사의 지시를 바이블처럼 여겨왔다. 은행이 좋은 직장이었던 이유중 하나는 연공서열이었다. 특별한 결격사유만 없다면 승진이나 호봉승급에 문제가 없었던 것이 은행들의 관행. 그러나 내년부터 도입되는 연봉제에 따라 연공서열이 송두리째 무너질 판이다. 더구나 제일-서울의 해외매각으로 외국계은행이 국내에 입성, 영업을 시작하게 되면 국내은행은 이들과의 경쟁을 위해서라도 맨파워를 키워나가야 한다. 시중은행들은 주요직책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 인사와 전문가 특채를 통해 인력구조를 고도화시킨다는 방향을 잡아놓고 있다. 연봉제는 은행원들의 자기개발을 다그치는 채찍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능력이 없으면 적게 받거나 직장을 떠나야 하는 경쟁의 시대가 펼쳐진다. 신한종합연구소의 이백규 책임연구원은 『은행이 앉아서 돈장사를 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며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전문가로 거듭나야만 변혁기의 은행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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