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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실기… 리더십 부재… 우깜빡이 켜고 좌로 가는 정부

■ 경기부양 왜 국민체감 못하나

현오석(가운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규제개선 중심의 2단계 투자활성화 대책'에 대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호재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언론사 논설실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오석 경제팀이 열심히 일하고는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때마다 "하반기에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국정성과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해온 것보다 직설적인 표현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4ㆍ1부동산종합대책을 필두로 갖가지 경제대책이 나왔지만 국민들은 피부에는 와닿지 못한다고 말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반기부터 경기가 완만히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은 이를 믿지 못한다. 경제팀의 정책기조 자체에 대한 불신감이 쌓여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원장은 "단순히 경제지표가 아니라 경기의 호전에 대한 국민의 믿음이 떨어진 게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며 "지금 경제의 문제는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실천방법과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투자를 독려해야 할 정부가 한편에서는 도리어 규제를 옥죄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다"면서 "속도감 있게 집행돼야 할 경제대책들도 국회에서 번번이 발목이 잡히고 이를 풀어내야 할 경제부처 수장들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게 또 다른 문제"라고 꼬집었다.

투자하라면서 도넘은 경제민주화·전방위 사정
<1> 우깜빡이 켜고 좌로 가는 대책


참여정부 시절 기업들은 정부의 '좌회전식 경제정책'을 경영전략 수립에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입을 모으고는 했다. 그런데 현 정부의 모습은 당시보다 더하다는 말이 나온다. 10대그룹 계열사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심하게 표현하면 좌파 정부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오히려 더 좌편향"이라며 "말로는 투자활성화를 해달라고 외치면서 실제로는 좌회전해 기업들을 국민의 호주머니를 터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인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민간기업의 투자가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올 들어 두 차례 발표된 투자활성화 대책이나 서비스산업 선진화 대책들이 모두 이 같은 맥락이다. 투자활성화 대책의 경우 기업들이 애를 먹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 각각 10조원이 넘는 투자효과를 유발했다는 게 정부의 자찬이다. 지주회사의 규제를 개선해 2조원의 투자효과를 내고 산업단지 내 부지확보를 지원해 총 8조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완화의 수혜를 입기보다 오히려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 금산분리 강화법, 프랜차이즈법 등 일명 '경제민주화 3법'이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는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 남양유업 방지법 등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겉으로는 기업과 관련한 규제를 풀겠다면서 우깜빡이를 켜고 있지만 실제로는 기업활동을 옭아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이 같은 과도한 규제입법은 기업의 설비투자 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신규 순환출자 금지법이 시행되면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위한 증자에 나설 수 없어 기업을 움츠러들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경제민주화법의 상당수는 해석을 놓고 법리적 공방이 이어질 수 있는 애매모호한 조항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아 "영업활동에 앞서 법 공부부터 다시 해야 할 판"이라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검찰과 국세청ㆍ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앞세운 정부의 전방위 사정 칼날도 기업으로서는 부담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온몸을 꽁꽁 묶어놓은 상태에서 찔끔찔끔 규제완화 대책을 내놓아봐야 서로 눈치만 볼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 대기업 CEO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의 회오리가 불 때 우리의 경제부총리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부총리는 사실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 아니냐"며 "투자를 원한다면 경제부총리가 정면에서 그 바람을 막아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도 나오지만 회의적인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다.

회사채 지원하면서 기업 살생부 들고 나와
<2> 혼선 빚는 정책


헷갈리는 정부의 경제대책은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 40곳을 선정,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반응이 나왔다. 회사채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6조4,000억원을 긴급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이번에는 기업 살생부를 들고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동성 지원과 구조조정은 큰 틀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게 옳지만 일각에서는 헷갈리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물밑에서는 지원액수를 둘러싼 혼선도 빚어졌다. 사실 금융위원회 등은 회사채 지원액수를 최초 20조원 이상으로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을 한방에 안정시킬 수 있는 대책을 준비했던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원액수는 기재부ㆍ한국은행 등과의 협의과정에서 14조원으로 줄었고 최후에는 6조4,000억원까지 낮아졌다.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부터 대책을 시행하는 일시까지 각 기관이 각자 다른 셈법을 유지하면서 덩치가 쪼그라든 것이다.

마지막까지 애를 태웠던 한은의 5월 기준금리 인하도 결국은 부처 간 정책 혼선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은이 기관 독립성과 물가안정을 주장하는 동안 경제활성화의 동력이 어느 정도 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대외 분위기도 좋지 않다. 정부는 하반기 이후 세계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할 것을 염두에 두고 우리 경제도 같이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세계 경제 전망을 오히려 0.2%포인트 끌어내렸다. 이번 전망에는 우리나라가 포함되지 않았지만 10월에 발표되는 우리나라 전망에서는 인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상황인식을 할 경우 추가적인 경제대책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취득·양도세면제 기준 못잡아 한달 허비
<3> 국회 발목 잡기에 번번이 실기하는 대책


경제대책의 관건은 타이밍이다. 똑같은 대책이라도 아침에 발표하느냐 저녁에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의 분위기가 확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대통령 취임 이후 첫 100일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대책은 시기를 놓쳐 반쪽효과도 내지 못했다. 대표적인 게 4ㆍ1대책이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면제를 골자로 한 부동산대책은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해 사실상 한달을 허비했다. 최초 4월19일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취득세 면제 적용시점이 4월1일부터"라는 해석을 내놓았는데 불과 며칠 뒤에는 여야 국회의원들이 "양도세와 같이 22일부터 적용하겠다"고 이를 뒤집었고 4월 말이 돼서야 1일 소급으로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양도세 면제기준도 마찬가지여서 면적과 가격 및 신축주택 포함 여부를 두고 혼란이 이어지다가 4월 말이 다 돼서야 최종 기준이 나왔다. 급박한 시기에 한달을 고스란히 날린 셈이다. 당시 현 경제부총리는 이 같은 혼란한 상황에 대해 취임 이후 처음으로 몹시 화를 냈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교통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리모델링 수직증축은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아예 법안 심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정부는 리모델링 수직증축, 취득세 감면, 개발부담금 한시감면 등의 완화조치가 시너지 효과를 내 부동산시장이 정상화하기를 기대했지만 국회의 벽에 가로막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취득세 감면조치만 6월 말로 종료돼버렸다.

불똥은 취득세 영구 인하 논란으로 옮겨붙었는데 인하 쪽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올해 안에는 사실상 실행이 어렵다. 부동산시장의 장기 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인 셈이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주 기재부ㆍ국토부ㆍ금융위 차관급이 모여 당분간 취득세 인하 논의를 하지 않고 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부총리·국토부장관 등 조직장악 못해
<4> 리더십 없는 경제부처 수장


기재부ㆍ국토부ㆍ산업통상자원부 등 주요 경제부처 수장들의 리더십 부재(不在)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4ㆍ1대책 후속입법의 경우 서승환 국토부 장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국토부 안팎에서는 "서 장관이 이론에는 해박하지만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스킨십이 약해 정무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더가 핵심 부동산정책을 두고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었다는 얘기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현 경제부총리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더 크다. 논란을 정면돌파하라고 만든 자리인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재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리더가 조직을 장악한 뒤 민감한 현안에 대해 협상에 나서야 문제가 풀리는데 지금은 그런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윤증현 전 장관 때처럼 다른 부처나 금융기관 등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할 정도의 강단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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