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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美의회 연설] 미국·일본 중심 아시아태평양 안보구축… '전략적 관계'서 한국은 배제

"2차대전 숨진 미국인 애도" 美 환심 사기에만 집중

"美·日동맹의 추가 파트너" 韓 지위 한단계 아래 평가

美의회 "역사 직시 거부" 비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29일(현지시간) 미국 의회 연설은 '신밀월'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미일동맹을 동북아,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의 중심축에 노골적으로 배치하는 대신 한국 등 이웃 국가는 철저히 배제함으로써 이 지역의 역사적 화해 및 발전을 바라는 국제사회의 바람을 또다시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일본 총리로서는 전후 처음으로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연단에 오른 아베 총리는 연설 대부분을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수사로 채웠다. 미국 캘리포니아 유학 당시 묵었던 하숙집에 다양한 사람들이 놀러 오는 것을 보고 "미국은 대단한(awesome) 나라라는 걸 그때 느꼈다"고 치켜세웠고 지위와 계급에 얽매이지 않은 미국 문화에 "중독됐다"고 표현했다.

아베 총리의 미국바라기는 태평양전쟁의 원인이 된 일제의 진주만 기습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절정으로 치달았다. 그는 "이들 젊은 미국인의 잃어버린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 역사는 냉혹하다. 깊은 후회의 마음으로 나는 한동안 거기서 묵념했다"며 "일본과 일본 국민을 대신해 2차 세계대전 때 숨진 모든 미국인의 영혼에 깊은 경의와 함께 영원한 애도를 보낸다"고 말했다. 표현 가능한 가장 강도 높은 사과 발언에 참석자들은 가장 뜨거운 갈채를 보냈고 이는 미일관계 격상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이에 반해 한국을 포함한 일제의 가장 큰 피해자들이었던 아시아 주변국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표현 또는 의도적 외면으로 일관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아베 총리에게 일본군의 잔혹행위를 인정하라는 요구가 놀랄 만큼 강했으나 아베 총리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과거 정권의 사과 발언에 대한 아베 총리의 양면성을 가진 지지로 한국과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연설 말미에 유일하게 한국을 언급하며 '미일동맹이라는 중심축의 추가적인 파트너'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WSJ는 "아베 총리는 한미일동맹에서 한국을 '하급 지위'로 본다는 견해를 피력한 셈"이라며 "한국을 제대로 비꼬는 함정을 파놓았다"고 전했다. 이 밖에 지난 1980년대 한국·대만·중국 등의 경제발전을 놓고 "일본이 이 국가들의 성장을 위해 자본과 기술을 열정적으로 쏟아부었다"며 식민지근대화론을 공공연하게 주장한 점이나 호주·인도 등과의 '전략적 관계' 그룹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 등은 이웃 국가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마저 저버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의회는 아베 연설 직후 친한파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하원 외교수장인 에드 로이스(공화당) 외교위원장은 보도자료를 내 "아베 총리가 동아시아의 외교관계를 악화시키는 과거사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기회를 활용하지 못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밝혔다. 하원 외교위의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 의원도 "아베 총리가 이전 총리들의 입장을 승계한다고 하면서도 위안부 문제, 특히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본회의장 갤러리에서 연설을 지켜보는데도 직접적으로 사과하지 않았다"며 "제국주의 일본 군대가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좀 더 직접적으로 언급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2007년 하원의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한 일본계 마이크 혼다 의원 또한 성명을 내고 "아베 총리의 역사 직시 거부는 아태 지역의 20만명이 넘는 (위안부 피해자) 소녀와 여성들에게 모욕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과거의 죄를 인정하지 않으면 (잘못된)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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