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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버핏의 교훈

‘전설’이 왔다. 주식투자로 세계에서 2번째 부자가 된 가치투자의 귀재. 이렇게 번 재산의 85%인 370억달러를 자선사업을 위해 내놓고 매년 자신과의 식사를 경매에 붙여 기부하는 사람.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5일 대구에 있는 대구텍이라는 회사를 방문했다. 텅스텐 절삭 공구 제조사인 대구텍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대주주로 있는 이스라엘의 공구 전문기업 IMC의 자회사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손자회사 격이다. 전체 직원이 930명, 지난해 매출이 2,800억원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다. 버핏이 한국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회사를 방문한 것도 화제지만 멀리까지 와서 대구텍 경영진에게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은 점은 더욱 버핏답다. 버핏은 그저 대구텍 임직원들과의 ‘만남’을 즐겼다고 한다. 그는 단지 대구텍 임직원들의 ‘눈빛’이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버핏이 한국에 머문 시간은 6시간에 불과하다. 하지만 투자대상은 결혼상대를 고르 듯 신중하게 하되 일단 투자를 하면 회사가 제가치를 인정받을 때까지 기다린다는 버핏의 투자철학이 다시 한번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는 조급한 투자자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내꺼만 왜 이래’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수가 오를 때는 제자리 걸음을 하다가 지수가 떨어지니까 앞장서서 더 떨어진다는 불평이다. 또 상승장에서 한푼 두푼 저축하듯 올려놨던 수익률을 단 하루의 폭락장에서 모두 까먹었다는 하소연도 많다. 짧은 기간 안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다 보니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서 분노를 다른 곳으로 표출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전문가들에 대해 시장이 좋을 때는 장밋빛 전망을 쏟아내다가도 시장이 악화되면 온갖 전문용어를 써가며 불안감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저항선을 깨면 또 다른 저항선을, 지지선이 무너지면 또 다른 지지선을 설정하기 바쁘다고 폄하한다. 이들은 전문가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아예 전문가들의 말과 거꾸로 가기도 한다. 오른다고 하면 팔고, 조정가능성을 예고하면 투자를 늘리는 식이다. 수익률이 좋을 리 없다. 우산을 써도 비를 맞는다고 해서 우산을 아예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증권가에서는 기자들도 종종 ‘화살받이’가 되곤 한다. 기자들은 기사를 쓸 때 지수나 종목의 움직임에 따라 폭등에서부터 급등ㆍ상승ㆍ강세ㆍ강보합ㆍ보합ㆍ약보합ㆍ약세ㆍ하락ㆍ급락ㆍ폭락ㆍ대폭락 등 등락정도에 따라 적절한 단어를 선택하게 된다. 물론 이들의 경계는 모호하다. 어느 정도 떨어져야 하락이고 급락인지 정답은 없다. 그날의 시장 분위기와 종목의 특성에 맞춰 결정할 뿐이다. 하지만 하락이라고 하면 될 것을 급락이라고 했다고 항의전화가 쏟아진다. 기자들과 투자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이해를 하지만 가끔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들이 나아질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 갈수록 시장이 혼란스러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시장은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 같이 위태로워 보인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와 중국의 버블, 사상 유례 없는 초고유가 문제가 겹쳐 있다. 이들 각각이 세계경제에 깊은 주름을 안겨줄 태풍들이지만 3개 태풍이 하나로 뭉치면서 슈퍼태풍으로 진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투자자들의 짜증은 다시 늘어날 것이다. 이제 짜증을 전염시키는 투자문화를 바꿔야 한다. 변동성이 큰 시장일수록 차분하게 대응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버핏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즐기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 같다. 버핏처럼 목표수익률을 낮추고 길게 보는 투자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투자자들이 더 많이 돈을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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