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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드] 편의점서 공장으로… 등록금 벌기위해 3D업종으로 내몰려

대부분 몸으로 때우는 일자리, 10명 중 3명 최저임금도 못받아<br>편의점서 하루 8시간 알바땐 7개월 일해야 1년 등록금 충당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일자리도 적은데다 그나마 얻은 아르바이트도 급여 수준이 낮고 처우가 열악해 어려움을 겪고있다. 한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다. /서울경제DB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일자리도 적은데다 그나마 얻은 아르바이트도 급여 수준이 낮고 처우가 열악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대학생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고 있다. /서울경제DB 서울 소재 사립대에 다니는 김태웅씨(22)는 올 여름방학을 사실상 반납했다. 등록금과 용돈을 벌기 위해 일주일 내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중에는 서울시 산하 기관에서 하루 10시간 동안 사무보조를 하고, 주말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두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얻는 한달 수입은 130만원 남짓. 두 달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번 돈을 꼬박 모아도 한 학기 등록금(500만원)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김씨는"수입 중 학원 수강료와 용돈을 빼고 매달 30만~40만원 정도 적금을 붓고 있다"면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해도 등록금의 70% 가량은 부모님께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등록금과 용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지만 마땅한 일자리도 적은데다 그나마 얻은 아르바이트도 급여 수준이 낮고 처우가 열악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인 개인 과외는 일부 명문대생들의 몫이고, 대다수 대학생들은 커피전문점이나 편의점ㆍ패스트푸드점ㆍ주점에서 '몸으로 때우는'일을 한다. 하지만 이들 아르바이트는 급여가 박한데다 최저임금 조차도 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점이나 음식점 서빙의 경우 임금 체불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시급 낮은 편의점ㆍ커피숍 떠나 공장ㆍ공사장으로=이른바'스카이(SKY)대'로 불리우는 명문대 1학년인 유모(20)양은 지난 달부터 학교 근처의 한 외식 프랜차이즈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시급 4,500원을 받고 평일 오후 5시 반부터 5시간 일하는 조건이다. 그는 "과외를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요즘 과외 구하기도 싶지 않고 선배들이 1학년 때가 아니면 앞으로 이런 종류의 아르바이르를 할 기회가 없다고 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1~2번 가고 30만원 가량 버는 개인과외는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아르바이트지만 중개업체의 수수료가 높은데다, 전문 개인과외 강사들이 늘면서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요즘 대학생들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리는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다. 근무환경이 쾌적한데다 일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쉽게 구할 수 있는 만큼 시급은 4,915원으로 그리 높지 않다. 최저임금(4,320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대학생들이 많이 일하는 편의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평균 시급이 4,768원으로 커피전문점 보다 더 낮다. 편의점 알바로 사립대 1년 등록금 776만1,000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 한 푼도 안쓰고 하루 8시간씩 꼬박 203일 약 7개월을 일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시급이 낮은 커피전문점ㆍ편의점ㆍ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로는 등록금 마련이 여의치 않다 보니 힘들고 위험하더라도 돈을 더 주는 공장이나 공사장,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방학을 맞아 고향인 의정부시에 있는 섬유공장을 다니고 있는 지방대생 김모(25)군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다음 학기 등록금과 생활비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데 일은 힘들지만 보통 아르바이트보다는 일당이 센 공장근무를 택했다"면서 "조금 위험하고 노동강도가 세지만 두 달 정도 일하면 270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에 일요일 하루만 쉬고 매일 공장에 나간다"고 말했다. 국립대라 등록금이 다소 싸지만 이 돈으로는 등록금을 모두 충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김씨는 부족한 금액은 학자금 대출을 받을 생각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아르바이트 급여를 올리려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하는데,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안 대로 인상해도 채 5,000원이 안된다"면서 "대학 등록금을 내리거나 장학금을 늘려서 생계형 아르바이트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이 학업에 소홀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3명 최저임금도 못받아=학기 중은 물론 방학 때면 대학생 아르바이트생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지만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르바이트생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정당한 보호를 받고 근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최저임금을 주지 않거나 임금을 체불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편의점의 경우 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야간근무를 하면 시급의 1.5배를 줘야 하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서울 시내 중심가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현민(23)씨는 "본사 직영점은 그나마 낫지만 가맹점이나 매출이 적은 변두리 점포는 야간근무수당을 주지 않는 곳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점주에게 항의하면 그나마 어렵게 구한 일자리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참고 일하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 관련 포털사이트가 최근 아르바이트생 3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 10명 중 7명이 임금과 관련된 부당 대우를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의'2011년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를 분석한 결과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54만명 중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사람이 17만명(31.9%)에 달했다. 주당 근로시간은 평균 33.2 시간으로,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에 거의 육박했다. 또 참여연대와 청년유니온이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서울의 경우 편의점의 46.5%가 최저임금 미만의 돈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들은 일반 직장인과 맞먹을 정도로 장시간 일하고도 최저임금도 못받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등록금이나 생활비 마련에 애를 먹을 뿐 아니라 정신적ㆍ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김현민씨는 "아르바이트 하면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많이 배운다"면서도 "아파도 그냥 참고 일해야 하고 팀 프로젝트를 아르바이트 때문에 빠져야 할 때는 비참한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아르바이트생의 장시간 근로와 최저임금 미지급, 임금체불 등 부당행위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고용노동부가 지방노동청을 중심으로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수시로 단속활동도 벌이지만 이 같은 부당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대학생들이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에 현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개선이 시급하다. 김종진 연구원은 "정부가 아르바이트생 실태조사를 한지 7~8년이 지났지만 부당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고 행정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하고 300~400명 수준에 불과한 근로감독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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