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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꼬리 자르기 다시 안 나오려면

금융감독원에서 저축은행 관련 업무를 맡는 A씨의 책상 뒤편에는 신문 사설이 하나 붙어 있다.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감독당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사설의 주요 내용. A씨는 "항상 뒤에서 누가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일하기 위해 사설을 붙여뒀다"고 말했다. 기자가 봐도 A씨는 무던히도 일했다.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 2009년 6월 저축은행 업무를 담당하게 된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해 6월 말에는 서울의 대형 저축은행이 PF 부실로 문을 닫아 금융소비자에게 피해를 줄까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 와중에 몇 개의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당했고, 일부는 분식회계를 저질렀다. 금융감독원이 감독업무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면하긴 어렵지만 한정된 인력과 권한, 비양심적인 저축은행 때문에 벽에 부딪힐 때가 더 많았다고 A씨는 토로했다.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도 지난해 말 위원회를 떠나면서 A씨에게 "고생만 하고…"라며 위로했다고 한다. 결국 끝이 좋지 않았다. 감사원은 11일 지난해 벌였던 금감원 감사결과를 밝히고 A씨와 동료들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금융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책임으로만 따지만 금융당국 수장이나 공무원ㆍ국회ㆍ청와대 등도 자유롭지 않다"며 "금감원 담당인사 몇 명에게만 책임을 지운다고 해서 저축은행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핵심은 왜 저축은행의 위기가 반복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를 따져보는 일이다. 저축은행은 외환 위기나 카드사태 이후 또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은행과 대부업체에 끼어 부동산 PF에 나서게 된 저축은행의 상황에 대한 청사진을 내놔야 한다. 이르면 이번주 중 금융위가 '저축은행 종합대책'을 발표한다. 하지만 알려진 대로라면 과거에 이미 거론되던 내용의 재탕이다. 저축은행에 대한 철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시는 A씨 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뜨거운 감자'인 저축은행을 아예 없앨 것인지, 아니면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이 이번에는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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