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경제학의 선구자 칼 폴라니(1886~1964)의 딸 카리 폴라니 레빗 캐나다 맥길대 명예교수는 24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내에 설립된 사회적 경제 연구기관 '칼 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해 '폴라니의 사상과 위기의 극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70년 전 쓰인 아버지의 저서 '거대한 전환'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이 책은 지난 19세기 지배계급과 노동 착취, 소득 격차의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한 상황이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전환'은 인간과 자연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는 시장경제가 갖는 문제점을 비판하며 인간의 자유와 가치를 우위에 두는 사회적 경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폴라니의 사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경제에 대한 반성의 움직임이 일면서 재조명됐다. 이에 따라 그의 이론을 연구하고 사회와의 접목을 고민하는 연구기관이 1988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처음 세워졌으며 이번에 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서울에 연구소가 설립됐다.
폴라니 레빗 명예교수는 "현재를 제외하면 어떤 문명도 경제 생활에서 개인의 이익을 중심에 둔 적은 없다"면서 "우리의 모든 삶에서 경제는 종속된 존재여야지 경제가 우리 삶을 종속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소식 축사에서 "새로운 사회와 문명을 만들려는 열망이 칼 폴라니를 무덤에서 다시 일으켜 서울로 이끌어냈다"며 "지금 한국 사회는 깊은 혼돈의 늪에 빠져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한 치도 못 나아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만 보고 달려온 산업화의 성취는 세월호 참사 앞에서 무기력했다"며 "거대한 전환을 위해 담대한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공동체를 위한 상상력을 펼쳐갈 때"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