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집승부는 프로들도 헷갈린다. 검토실에는 9단이 4명이나 있었지만 아무도 승부를 단언하지 못했다. “흐름상으로는 철한이가 이겨야 해. 모진 고통을 참고 종반에 상대방의 발목을 낚아챈 마당이니까.” 윤기현9단이 한 말. “꼭 그렇지도 않아요. 여기까지 오느라고 철한이가 심신이 지쳤을지도 몰라요.” 이것은 서봉수가 한 말. “뭐 반집승부는 운이잖아요. 어쨌거나 이 바둑을 구리가 패한다면 아마 충격이 오래 갈 겁니다. 그러잖아도 구리가 요즈음 컨디션이 엉망이어서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이것은 정대상이 한 말. 흑101에 그냥 받지 않고 102로 받은 수에서 최철한의 탁월한 끝내기 감각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선수를 뽑아 114에 선착한 것이 컸다. 백116을 보고 윤기현9단이 무릎을 쳤다. “됐어. 이것으로 백승이야.” 참고도1의 흑1로 차단하면 백2,4로 이 코스라면 백이 여유있게 이긴다. 할수없이 117로 두었고 백은 118로 넘으면서 134로 따내는 권리를 얻었다. 이것으로 백승이 확정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최철한은 심신이 지쳐 있었다. 백136이 패착이 되었다. 이 수로는 참고도2의 백1에 두었어야 했다. 백5까지를 가정할 때 백이 정확히 반집을 남기는 바둑이었다. 실전은 구리가 137을 두었고 이것으로 흑의 반집 승리가 결정되었다. “구리녀석. 억세게 운이 좋았어.” 윤기현9단이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90…76의 아래) 237수이하줄임 흑반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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