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소나무 숲 등진 백사장·고성 아야진 하얀 등대 여행객에 손짓
| 봉포항을 찾은 학생들이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
|
| 봉포항 바닷가의 부녀(위) 어구와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얼굴에서는 삶의 회환이 묻어 난다. 어부의 뒤 편으로 아야진항의 명물인 하얀 등대가 서 있다.(아래) |
|
[리빙 앤 조이] 인적 끊긴 바닷가 시간도 멈춰선듯
속초 소나무 숲 등진 백사장·고성 아야진 하얀 등대 여행객에 손짓
속초ㆍ고성=글ㆍ사진 정민정기자 jminj@sed.co.kr
봉포항을 찾은 학생들이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봉포항 바닷가의 부녀(위) 어구와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의 얼굴에서는 삶의 회환이 묻어 난다. 어부의 뒤 편으로 아야진항의 명물인 하얀 등대가 서 있다.(아래)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그대 생각을 했건만도 매운 해풍에 그 진실마저 눈물져 얼어 버리고
허무의 불 물 이랑 위에 불붙어 있었네.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
끄덕이며 끄덕이며 겨울 바다에 섰었네. (중략)
겨울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의 물이 수심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던 여름의 화려함을 뒤로 한 겨울 바다는 한가롭다 못해 쓸쓸하다. 그러나 매서운 칼 바람을 맞으면서도 쉼 없이 출렁이는 코발트 블루의 겨울 바다는 삶의 풍파에 지친 우리네 영혼에 작은 울림을 준다.
김남조 시인의 시 구절처럼 인고의 세월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시간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에 있다는 깨달음과 함께….
한 해를 시작하는 1월, 인적 드문 백사장을 거닐며 발자국을 남겨도 보고, 저 멀리 푸른 바다를 향해 힘껏 소리도 내질러 보고, 옹기 종기 모인 어부들이 출항 준비로 손놀림이 분주한 작은 항구도 들러 보자. 세상의 거센 풍파에 지친 육체와 영혼에 작게나마 버티고 살아나갈 힘을 불어 넣을 수 있을 것이다.
◇속초의 물치항과 아바이 마을
새들의 보금자리인 조도를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강원도의 속초해수욕장은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과 푸른 소나무 숲이 해변을 감싸고 있어 언제 들러도 멋스러운 겨울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새하얀 모래 위로 발자국을 남기며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일상적인 도시 생활에서 쌓인 낡고 아픈 기억들을 하나 둘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속초해수욕장 근처에선 대표적인 항구인 대포항을 만날 수 있다. 정치망(어구를 일정한 장소에 일정기간 부설해 두고 어획하는 방식)에 걸려드는 광어ㆍ넙치ㆍ방어 등 고급 생선들이 이 곳을 통해 처리되는 만큼 배도 많고, 어부들과 상인들도 많다.
동해의 펄펄 뛰는 분주함을 만나고 싶다면 대포항을 들러 보자. 재래 시장과 같은 장이 서 있어 신선한 회를 즉석에서 맛볼 수 있고, 오징어ㆍ멸치ㆍ튀김 등 다양한 수산물을 만나볼 수 있다.
대포항의 화려함과 분주함이 부담스럽다면 양양으로 가는 7번 국도를 달리다가 두 도시의 경계 지점에서 만나는 물치항도 좋다.
한적하면서도 호젓한 느낌을 주는 물치항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고 물치천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 놓여 있는 맑고 고운 해수욕장의 속내도 만나 보자.
속초 시내에서 수로를 건너서 나오는 청호동은 속초의 명물 가운데 하나다. 지난 54년 수복 이후 함경도 피난민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아바이 마을’이라 불리고 있다.
동해와 청초호에 둘러 싸여 있어 무동력 운반선인 갯배를 이용해 시내를 왕래했으며 드라마 ‘가을동화’의 배경이 되면서 한류의 한 자리에 자리잡고 있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갯배를 타고 마을로 들어가서 한 바퀴 돌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성에서 만난 청간정과 아야진항
강원도 고성은 여행을 좀 안다는 사람들이 비밀스럽게 알음 알음 찾아 오는 해변들이 많아 소위 이름깨나 떨치는 해변들 보다도 잔잔하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선 속초에서 고성으로 향하다가 만나는 청간정(淸澗亭)은 설악산 신선봉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청간천(川)이 동해와 만나는 절벽 위에 자리하고 있는데 관동 8경의 하나로 꼽힐 정도로 풍치가 아름다고, 이 곳에서 내려다 보는 동해 풍경과 울산 바위의 풍광이 장관이다.
청간정 북쪽 해안으로 올라가면 아야진(我也津)이란 독특한 이름을 가진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아야진에 들어서면 방파제 끝에 서 있는 새하얀 등대가 여행객의 눈길을 사로 잡는다.
아야진은 특이하게도 항구가 두 곳으로 나뉘어 있는데 한 편으로는 울퉁 불퉁 바위가 많이 솟아 있어 언제 들러도 바위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항구 안쪽으로는 크고 작은 어선들 사이로 출항을 위해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손길이 분주하기만 하다. 이 곳은 특히 자연산 활어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들로 유명해 속초 여행에 나선 사람들도 제대로 된 자연산 회를 찾기 위해 들르곤 한다.
아야진 근처에서 짙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을 찾는다면 봉포항도 좋을 듯 싶다. 특히 켄싱턴리조트 앞에 넓게 자리한 700m 길이의 해변은 모래가 밀가루처럼 부드럽고 주변 경관이 수려해 고즈넉한 겨울 바다의 정취를 만끽하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성군에서 유명한 또 다른 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 4㎞의 송지호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앞에 죽도라는 바위 섬이 있어 죽도 해수욕장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해수욕장에 비해 백사장이 길고 해변에 송림이 우거져 운치를 즐기는 이들이 많이 찾곤 한다.
▶▶▶ 관련기사 ◀◀◀
▶ [리빙 앤 조이] 전통酒, 그 깊은 세계
▶ [리빙 앤 조이] 탁주는 제육·청주는 생선과 '궁합'
▶ [리빙 앤 조이] "전통酒 살리면 농촌도 살아날 것"
▶ [리빙 앤 조이] 인적 끊긴 바닷가 시간도 멈춰선듯
▶ [리빙 앤 조이] 속초의 별미
▶ [리빙 앤 조이] 겨울철 여드름 예방은 보습이 최우선
▶ [리빙 앤 조이] 건강신간
▶ [리빙 앤 조이] 건강 단신
▶ [리빙 앤 조이] 이북 지방 별미가 '팔도팔미'로 진화
▶ [리빙 앤 조이] 고기국물엔 레드… 멸치국물엔 화이트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