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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나토(NATO) 클럽
입력1999-11-29 00:00:00
수정
1999.11.29 00:00:00
자칭 에버리지 골퍼(핸디 18)라고 하지만 제 스코어를 친 기억은 지난 1년 한두번 뿐이다. 워낙 기본기가 안돼 그런지 골프라는 운동이 까다로워 그런지 항시 어금니를 물고 목표을 잡아보기도 하지만 근처도 못 가고 마는 것이 내 골프실력이다. 벼르고 나가는 날일수록 실망을 넘어 스코어는 절망적이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점수에 신경을 쓰다보니 그런 결과가 나는 것 같다. 아마도 프로 선수나 싱글 골퍼도 이런 경험이 많을 듯싶다. 우승을 눈앞에 두고 무너지는 프로를 볼 때면 아무래도 그런 심리상태가 결과를 망친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요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 있는<파이널 라운드>의 저자인 제임스 도드슨 기자는 싱글 골퍼다. 자신이 골프담당 기자이기도 하지만 상당한 수준급이다. 그의 책은 두 개의 축으로 돼 있다. 한 축은 암으로 사망 선고를 받아놓고 있는 사람으로 골프 애호가인 아버지와의 끈끈한 부자(父子)의 정을 다루고 있고 다른 한 축은 필드에서 일어났던 에피소드들이다.
한 명문 골프장에서 그는 영 엉망인 플레이를 하고 몹시 실망을 한다. 그 때 동반자가 스코어 카드를 찢어버리고는 「나토(NATO)클럽에 가입해보는 게 어떠냐」고 권유한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NOT ATTACHED TO OUTCOME」의 약자라고 했다.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이를테면 무심타(無心打)클럽이다.
여기서 도드슨은 「모든 것에는 반대의 요소가 포함된다. 기적을 일으키려 하면 기적을 내 는 결과가 된다」는 아버지의 말을 떠올린다. 다시 클럽을 잡고 라운드를 한다. 그랬더니 스코어는 기억나지 않지만 생애 몇번 안되는 멋지고 훌륭한 플레이로마칠 수 있었다고 도드슨은 기록했다.
어쩌면 인생사에도 그런 면이 있지 않나 싶다. 목표에 집착하다 보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결과에 대한 집착이 모든 것을 구속해 버릴 수도 있다. 과정상에서 일어나는 조그만 실수도 갈등을 증폭시킨다.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오타(誤打)를 낸다. 슬쩍슬쩍 진짜 기록들을 은폐한다. 자기 도그마에 빠져 룰을 위반하며 고집을 부린다.
그렇게 해서 세속적 성공을 거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의 인생 카드의 기록이 오류 투성이라는 걸 세상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것이 들통이 나 곤욕을 치르는 사람들도 본다. 매사 평상심과 여백(餘白)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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