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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5월 25일] 비통하고 충격적인 盧전 대통령의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아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참으로 충격적이고 비통한 일이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간 지 1년3개월 만에 즐겨 찾던 봉화산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 사태는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고 가슴 아픈 상처로 남게 됐다. 비리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던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배경으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자신을 포함한 전 가족은 물론 측근 거의 모두가 검찰의 수사대상이거나 구속된 상태에서 극심한 압박감과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그의 최대 정치자산이었던 도덕성에 흠집이 생기면서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힘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가 남긴 짤막한 유서에서 '건강이 좋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고백한 대목은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려운 정도의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유가 무엇이든 얼마 전까지 국정을 이끈 최고 지도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다가 급기야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은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될 한국정치의 비극이다. 짧은 현대사에서 퇴임 후 검찰의 수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만도 이번이 세 번째다. 퇴임 후에도 여전히 국민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며 최고 지도자로서의 경륜을 바탕으로 국가발전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선진국의 성숙된 정치문화를 우리는 언제쯤 맛보게 될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선 정치수준이 한단계 높아져야 한다. 비리가 있으면 밝히고 응분의 벌을 받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동안 검찰의 수사 도중에 스스로 자살한 지도층 인사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혹 과잉 또는 강압수사는 없었는지 겸허한 자세로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역사의 몫이다. 다만 가난한 시골농가에서 태어나 인권변호사를 거쳐 대통령에까지 오른 굴곡과 영욕의 정치역정을 돌이켜보면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열정이 누구보다 뜨거웠던 비운의 정치 지도자로 기억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에 조금도 허술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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