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6월말~7월 중순 의약품 입찰에서 도매상들이 1정당 1원의 낮은 가격으로 낙찰을 받자 소속 제약사들이 이들 도매상에 제품 공급을 못하도록 한 혐의로 한국제약협회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속 병원 5곳은 지난해 6월부터 4차례에 걸쳐 이토메드정 등 1,300여종의 의약품에 대해 경쟁입찰을 실시했고 이 가운데 35개 도매상들이 84개 품목에 대해 1원으로 낙찰을 받았다. 이를 안 제약협회는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소속 제약사들로 하여금 1원 낙찰을 받은 도매상에는 의약품 공급을 하지 못하도록 결의하면서 녹십자ㆍ대웅제약ㆍ동아제약 등 13개 제약사가 도매상에 약품 공급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의약품 도매상들은 납품계약을 파기하거나 높은 가격에 대체품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35개 도매상 가운데 16개 도매상들은 계약을 전부 파기했다. 약을 납품 받기로 한 의료공단은 계약 파기된 품목을 다시 구입함으로써 구입단가가 상승하는 피해를 입었고 약품 조달 차질로 환자에 대한 투약이 지연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결과를 초래한 제약협회의 결정이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6조(사업자단체 금지행위)를 위반한 것으로 해석했다. 개별사업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할 의약품 공급여부와 가격결정 행위를 사업자단체가 관여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했고 궁극적으로 약 가격 인하를 막아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의 재정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아울러 "1원 낙찰된 의약품들은 대부분 시장에 공급이 많기에 가격 경쟁이 당연하다"며 "의료기관이 1원 낙찰을 강요한 것도 아니기에 공정거래 위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약협회와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제약협회측은 "1원 낙찰은 합법적 리베이트나 다름없는데 말도 안 되는 이런 관행을 그대로 두란 말이냐"고 발끈하고 나섰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1원 낙찰을 통해 처방약 목록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입원환자들에게 처방되는 병원내 처방에서는 손해를 보지만 외래환자에 처방하는 제품은 약국을 통해 보험상한가로 공급할 수 있어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병원내 처방과 원외처방 비율이 2대8 정도여서 원외 처방이 늘어나면 원내 처방 손해는 만회가 가능하다.
복지부도 이번만큼은 제약업계의 편을 들고 나섰다. 복지부 측은 "제약협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공정위 입장을 존중한다"면서도 "1원 낙찰은 의약품 유통질서 확립과 장기적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거래 관행"이라고 못박았다. 아울러 이런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의약품 입찰구매시 최저가 입찰에 우선순위를 주는 '최저가 낙찰제' 대신 입찰자에 심사기준을 부여하고 예정가격의 79~97% 범위 내에서 입찰하도록 하는 '적격심사제' 적용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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