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이 32Gb의 차세대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를 양산하면서 국내 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삼성 등 국내 업체는 그동안 D램 가격 폭락에 따른 수익성 부진을 낸드플래시로 만회해왔는데 미국이 차세대 낸드플래시 시장을 선점할 경우 반도체 전략 전반에 타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인텔과 마이크론은 양사가 공동 개발한 32Gb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 이들 업체는 “초소형 32Gb 칩을 앞세워 고객사들이 다양한 제품에 용량이 큰 낸드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격적인 시장 전략을 내비쳤다. 현재 낸드 주력제품인 16Gb 낸드는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일본의 도시바와 국내 하이닉스반도체 등 ‘빅3’가 시장을 지배해왔다. 이들은 32Gbㆍ64Gb 낸드 등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이미 성공했다. 하지만 32Gb 낸드 양산은 미국 업체들이 한발 앞섰다. 하이닉스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양산시기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삼성과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장악했던 낸드플래시 시장 주도권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인텔ㆍ마이크론의 제품은 34나노급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40나노급인 국내 기술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메모리 집적도가 높아 생산성이 향상되고 가격경쟁력 또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뿐만 아니라 D램과 16Gb 낸드에 이어 32Gb 낸드에서도 출혈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 최근 아이서플라이의 전망에 따르면 낸드 시장은 3ㆍ4분기 28억달러에서 4ㆍ4분기 24억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불황으로 시장 수요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차세대 제품을 둔 업체 간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32Gb 단품칩의 수요가 높지 않아 시장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차세대 제품군을 형성하는 등 주도권 구도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는 휴대폰이나 게임기 등 각종 제품에 사용되는 메모리 장치로 삼성전자 등이 차세대 육성 사업으로 꼽고 있는 분야다. 한편 메모리 주력 제품인 1Gb D램 고정거래가는 1달러선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고 16Gb 낸드플래시는 1.82달러까지 추락해 국내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익률이 극도로 저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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