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부실은 빨리 털어내야 한다


미국 경제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상업용 건물과 주택건설의 신규착공이 저점을 찍고 올라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부동산 가격 급락을 비롯한 ‘자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우리 경제의 현실과 비교해보면 부러운 일이다. 미국 경기가 저점을 찍었다면 막대한 돈을 풀어댄 결과일까. 그럴 수도 있다.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뒤로 하고 돈을 찍어 댄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려고 통화팽창 대신에 ‘양적 완화’라는 말랑한 포장용어까지 써왔다. 심지어 장단기 금리역전의 특이 상황을 연출하면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라는 전문용어까지 구사했다.

기업투자나 건설투자란 돈이 풀리고 금리가 떨어지면 촉발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까닭은 그것보다는 일찍 부실을 빨리 털어낸 결과 때문일 수 있다. 수차례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경험한 나라라서 부실은 조속히 털어내야 한다는 교훈을 터득했는지도 모른다.

경제를 휘청거리게 만든 부실을 단번에 청소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좀 더 놔두고 지켜보면 개선되지 않겠냐며 기다리자는 의견이 팽배하기 마련이다. 부실 정리에는 회복할 수 없는 대규모 손실이 확정된다. 그 손실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 자기 목에 밧줄을 걸기 싫은 쪽의 저항이 따른다.

진전 없는 유럽·한국경제 시한폭탄

유럽 경제는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누적된 구조적 부실을 과감하게 털기보다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외생적이고 부분적인 문제 거리로 치부했다. 재정지출을 좀 더 늘리는 느슨한 처방을 따랐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대외경쟁력이 늘 열세인 유로존(유로화사용 17개국)의 남부 지역은 국가부도 상황에 처했다. 그나마 유로존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계산한 독일과 프랑스는 졸지에 ‘아틀라스의 어깨’신세가 됐다.

자고로 경제 내에 누적된 부실은 당장 큰 비용이 들더라도 일찍 털어내는 것이 총비용은 훨씬 덜 든다. 경제주체들이 서로 바닥을 확인한 만큼 경기회복도 빨라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조기 부실 처리가 가진 장점이다. 마취제가 발견되기 전에는 수술을 재빨리 끝내는 솜씨 좋은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최선이었다. 빨리 끝내면 환자의 고통 총량이 최소화되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어봐야 지연된 만큼 고통만 늘어날 뿐이다. 돈을 푸는 것이 마취제ㆍ최면술 같은 경제적 처방인지 모르겠지만 부실처리 전문가의 눈에는 잠재부실까지 다 털기로 정하고 손실분담 및 재원조달 방안을 범국민적으로 찾아보는 게 정답이다.



손실분담ㆍ재원조달 해법 찾아야

우리 경제는 아직도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전년 동기대비 분기 성장률이 1%대를 찍었고 전분기에 비해서는 사실상 정체 상태에 들어갔다. 은행권이 어렵게 장부정리에 나섰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부실 사업장들은 여전히 수년째 옴짝달짝 못한 채 진전이 없다. 그 사이 막대한 채무보증을 선 건설회사들은 거의 다 무너졌다. 저점을 모르는 부동산 경기는 거래부진에 암울하기만 하다. 수도권 변두리 주택에 재산의 대부분을 집어넣은 중산층과 서민층은 망연자실한 채 집값, 즉 재산가치의 폭락을 지켜봤다. 집값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 아래로 떨어지면 집을 팔아도 담보대출을 다 갚지 못하는 소유자들이 늘어난다. 이들이 퇴직금을 자영업에 쏟아 넣었다가 죽을 쓰고 있는 은퇴세대라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이미 껍데기만 남은 중소형 조선사들도 내년에는 부실채권으로 대거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화를 따라가는 원화절상도 심상치가 않다. 글로벌 경기 위축과 맞물린 원화 가치의 상승은 수출부진으로 이어져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패이게 한다. 이래저래 경제주체들의 피로도와 고통의 총량은 극대화되면서 쌓여만 가고 있다.

과연 내년에는 부실을 일거에 털어낼 수 있을까. 결단을 내릴 정부가 출범한다면 다행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