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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경제부처 과장들

정권말 조직개편·인사서 EPB·MOF 30% 혼합 원칙<br>"자칫 낙동강 오리알 될라" 대상자, 지망 부서 선택 골머리<br>연말 세종시 청사 이전 앞두고 '기러기 아빠' 처지도 고민

과천 정부청사의 공무원들이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서고 있다.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최근 조직 개편에 따른 대규모 인사와 세종시 이전 등을 앞두고 이래저래 뒤숭숭한 모습이다. /서울경제 DB

과천 관가의 정책실무를 주도하는 과장급 공무원들이 정권 말 조직개편과 함께 대규모의 인사가 진행되면서 술렁이고 있다.

조직 내에서 이례적인 화학적 혼합 인사가 단행되면서 '경력 관리' 셈법이 복잡해진데다 올해 말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대부분이 '기러기 아빠'가 될 처지에 놓이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도 역력하다.

1일 과천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연초 정기 인사의 수준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규모로 과장급 인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인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옛 기획예산처(EPB)와 재무부(MOF) 출신들을 최대 30%까지 섞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재정부 인사과의 한 관계자는 "실제 10명 중 3명은 다른 조직으로 옮기는 형태로 이번 인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획과 예산을 담당하던 EPB 출신들과 국제 금융이나 경제정책, 세제에 근무하던 MOF 출신들 가운데 인사 대상에 오른 과장들은 어떤 부서를 지망해야 할지를 놓고 골머리를 싸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업무를 경험해본다는 것이 경력 관리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차기 정권에서 재정부 조직이 다시 분리될 경우 자칫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EPB의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어 조직이 다시 분리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

재정부 인사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EPB 라인의 예산실과 MOF 라인의 국제금융국으로 과장들의 인사 지원이 가장 많았다"면서도 "일부 과장들은 인사 이후 조직이 다시 분리될 경우 자신의 출신지를 잃어버리는 황당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올해 말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과장급 공무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자녀가 이미 대학생이 된 국ㆍ실장급 등 고위공무원들이나 미혼인 초임 사무관들은 세종시 이전에 큰 부담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 중ㆍ고등학생 자녀를 둔 과장급 공무원들은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정부 과장들 사이에서는 금융위원회 등 서울에 잔류하는 조직으로 인사 이동을 노리는 수요도 있었으나 이번 인사에서는 금융위 쪽에 자리가 없어 이마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PB 출신으로 이번에 MOF 라인으로 자리를 옮기는 한 과장은 "업무도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적응을 해야 하는데다 올해 말부터는 기러기 아빠가 될 처지에 놓여 이래저래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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