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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미술품 양도세 시행의 선결조건

"말로는 미술 진흥, 행동은 말살! 죽어가는 미술 시장을 양도세 폐지로 살려냅시다!"

목소리는 거칠고 높았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집결해 '미술품 양도소득세 폐지를 원하는 범문화예술인 모임'을 발족한 문화예술단체들의 주장이다. 이날 출정식에는 한국화랑협회ㆍ한국미술협회ㆍ한국민족미술인협회 등 1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미술품 양도세의 폐지를 촉구하는 선언문을 낭독한 뒤 퍼포먼스를 펼치고 서명운동을 이어갔다. 주장은 명료했다. 양도소득세 시행보다 미술 문화의 진흥과 육성을 위한 대책, 실질적인 문화예술인 복지법을 먼저 내놓으라는 것이다.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원칙적으로 옳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성은 분명히 있다. 미술계 종사자들의 삶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일지 모르나 국내 200여개 화랑 가운데 연 매출이 100억원 이상인 곳은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화랑들 중에는 연 매출 10억원은 고사하고 채 1억원도 되지 않는 영세 사업자가 부지기수다. 미술품 가격도 마찬가지로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과세 대상에 포함될 국내 작고 작가의 6,000만원 이상인 고가 작품은 경매 거래량에서 5% 안팎이지만 거래액은 90% 정도를 차지하는 구조다. 작품가 1억원 이상의 작가는 상위 1% 미만으로 극소수이며 대부분의 전업화가들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종종 사람들은 미술계가 '무세(無稅)의 조세 자유구역'인 것으로 오인한다. 화랑은 종합소득세ㆍ법인세 등을 내고 미술인 역시 개인사업자로서 소득세를 납부한다.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작품 구매자이며 미술품 양도소득세 역시 이들의 조세 회피를 노린다. 세수 확보와 함께 비자금 세탁, 탈세 증여의 수단으로 미술품이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미술 시장의 위축은 불 보듯 뻔하다. 국내 미술품 수요자의 80% 이상이 개인이라는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다. 최소한 시장 규모가 2조원 이상이 될 때까지는 과세 적용을 연기해달라는 주장도 이 같은 시장의 '저질 체질'에 기인한다. 과세 시행에 앞서 대책과 대안이 절실하다. 거래 음성화 방지를 위한 대책과 미술품의 개인 거래 쏠림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 구매를 장려하도록 메세나법의 손질이 필요하며 상속세나 재산세를 미술품으로 대납하게 하자는 대안 등에도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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