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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책-감독기관 분리… 시장친화 시스템으로 수술해야

[리빌딩 파이낸스 2013 기로에 선 금융산업]<br><1부> 밸런스에 답이 있다 ③ 감독정책 틀 바꿔라



시장 육성·감독 같은 곳서 맡다보니 둘다 제대로 안되고 규제에만 몰두

제도개선과 병행 직원 인식 전환도 소비자 보호 강화는 세계적인 추세

금융소보원 독립 조직으로 개편을


세계적인 금융허브인 영국은 공동체적 전통에 따라 자율규제가 발달해온 곳이다. 영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검사의 방향도 컨설팅으로 잡아 금융회사에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게 시중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투명하고 원칙을 중요시하는 행정절차는 예측이 가능하다.

2007년 노던록은행 사태와 2008년 금융위기를 맞아 시스템 전반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제가 없어 중앙은행(영란은행)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체계가 바뀌었지만 애초부터 시장 친화적인 면이 크게 부족했던 우리와는 출발선이 다르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은 시장 육성과 규제의 균형점을 잃었다.

금융정책 및 감독기구 간 역할이 헛갈리고 중복되면서 시장 친화적인 감독은커녕 시장의 혼란만 부추긴다. 금융사는 중복규제에 시달리고 진흥정책 미비로 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먹거리도 찾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 보호 및 권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는 금융감독의 철학 부재와도 맞닿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감독기구 개편이 있겠지만 하드웨어 측면의 수술뿐만 아니라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 진지한 고민에 맞춰 소프트웨어 부분의 감독 개편을 동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독 중복 문제 해결 필요=우리나라는 금융위원회에서 금융산업정책과 금융감독정책을 같이 한다. 쉽게 말하면 산업을 키우는 것과 규제를 같은 곳에서 한다는 얘기다.

그러다 보니 둘 다 제대로 되지 않거나 규제에만 집중하게 된다. 시장 입장에서는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다. 저축은행이 대표적이다. 과거 진흥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자 당국은 규제에만 몰두하고 있다.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저축은행은 사실상 고사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이 겹치는 부분도 있다. 지난해 8월에 있었던 농협과 신한ㆍ우리은행의 가계대출 전면중단 사건은 금융위 당국자가 시장관계자들을 불러다 한 얘기에 대해 은행이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발생했다. 예전에는 금감원이 맡았던 일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위가 직접 시장과 접촉하다 나온 일이다. 은행은 은행대로 사업계획에 차질이 생겼고 소비자는 골탕을 먹었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가계부채ㆍ하우스푸어 대책 등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정책과 감독정책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상황은 다르지만 삼성이 글로벌기업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가 규제권을 버렸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의 금융감독체제가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했지만 금융시장이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체제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가도 금융정책은 재무부에서 담당하고 감독은 독립된 기관에서 맡고 있다.

김홍기 연세대 로스쿨 교수는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은 본질적으로 상충한다"며 "동일 기관이 금융정책과 감독을 함께 하면 정책적 목적을 위해 감독 기능이 사용되거나 금융소비자 업무가 소홀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제도 개선보다 감독기관에 있는 직원의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 없는데 아직도 "우리가 옳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고위관계자는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사람이 안 변하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소비자보호 강화는 필연=금융감독 체계를 시장 친화적으로 바꾸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게 소비자보호다. 시장은 생산자(금융사)와 소비자(고객)로 구분된다. 시장 친화적이라는 얘기는 금융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적합한 정책을 펼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감독 당국은 지나치게 금융회사 위주의 일을 해왔다. 금융사의 건전성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발행을 허용해줬던 것은 고스란히 소비자 피해로 돌아왔다. 금융위기 때만 해도 당국은 금융사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위해 이자마진을 늘려주는 것을 용인했다. 논란이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증권사 국민주택채권 등 소액채권 수익률담합, 생명보험사의 이율담합 제재는 감독 당국이 지나치게 금융사 편만 들어왔다는 말이 나오게 한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는 세계적으로도 대세다. 시장 친화적 감독에도 부합한다. 우리나라도 5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신설했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게다가 보호처는 금감원 아래에 있다. 금융계 고위관계자는 "독립된 조직의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어 소비자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법령 재ㆍ개정이나 검사, 징계는 금감원에서 하되 보호원에서는 분쟁조정과 징계요구권 등을 나눠 가지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금리 극복, 해외 진출에도 도움 돼야=저금리ㆍ저수익 구조는 이미 금융사의 목을 죄고 있다. 당국은 금융사가 이를 풀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후상품 같은 신상품 개발규제를 풀고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해외 진출은 저금리와 사업 다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다. 동남아시아 지역의 발전소 플랜트 금융의 경우 연 10~15%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말이다. 다만 수익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분투자를 포함한 금융지원이 필수인데 금융 당국이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분투자의 경우 리스크가 높기 때문이라지만 기본적으로 당국이 큰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게 문제다.






독립성 보장 제도적 장치 마련을

외풍 타고 칼춤 추는 감독당국

대통령선거를 앞둔 금융권의 최대 관심거리는 수장 교체 여부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금융지주사 회장의 명운이 바뀌는 탓이다. 일부 시중은행에서는 내년에 회장이 바뀔 것으로 보고 차기 은행장을 노리고 뛰는 이들까지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가능한 것은 금융감독 당국 때문이다. 감독 당국이 외풍을 타고 사안에 따라 칼춤을 춘 탓이다. 특히 이번 정권에서 정도가 심했다. 감독 당국의 균형적인 판단이 이미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는 평가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정권이 바뀌면 금융감독원이 전위대로 나서 회장 끌어내리기 작업을 하지 않겠느냐고 보고 있다. 금융사를 외풍에서 지켜내고 독립적인 감독업무를 해야 할 당국이 반대로 가는 것이다. 새 정권 입장에서는 금융지주 회장만큼 좋은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마음에 들지 않는 공기업 사장은 강제로 쫓아내듯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도 물갈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감독 당국이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해석이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우리은행장 재직 시절 파생상품 투자손실 문제를 이유로 금감원의 집중검사 끝에 2009년 결국 옷을 벗었다. 황 회장에 대한 징계 과정은 '권력 눈치 보기'의 사례다.

우리금융지주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2008년 4월 황 회장에 대해 경고 상당의 성과급 삭감 조치를 했다. 2009년 1월 박해춘 전 행장과 이종휘 전 행장에 주의적 경고를 내릴 때도 한번 징계했다는 이유로 다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정권의 실세로 알려졌을 때는 소극적으로 나가다가 "모피아와 틀어졌다"는 얘기가 나오자 금감원이 작심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얘기다.

가까이는 올해 2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하나 측 경영진과 외환은행 노조위원장이 총파업을 거두기로 한 날 직접 참석해 사진까지 함께 찍으며 외환은행의 5년 독립경영을 보장해줬다. 김승유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대학교 동문이라는 점에서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정치적 특혜 시비가 많았던 시점에 금융 당국 수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외환은행이 국내 금융사로 돌아온다는 의의는 있지만 특혜 논란이 있는 사안에 왜 금융 당국이 직접 나서느냐"는 뒷말이 많았다. 외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금감원은 내홍까지 겪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인사 때마다 내부 직원들이 인사의 부적절성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특정 대통령 후보에 맞게 조직을 꾸려놓았다"는 말까지 나돌 정도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외부에서 이미 그렇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감독 당국은 정치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업무의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감독기구를 아무리 개편해봐야 이를 운영하는 주체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어서다.

금융계의 고위관계자는 "제도적으로 금융감독 당국의 독립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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