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켜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주식 시세, 하지만 초고속 전용선으로 누구보다 빨리 거래를 가로챌 수 있다면 어떨까. 좀 낯설지만 초단타매매(HFT·High Frequency Trading)라면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HFT는 최적화된 인터넷 망과 고성능 컴퓨터, 복잡하게 짜여진 프로그램을 무기로, 수백만 분의 1초라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수백, 수천번의 거래로 막대한 차익을 남기는 투자방식이다.
이 책은 5년 전 미국 시카고-뉴욕 간 새로운 인터넷 광케이블을 매설하는 공사현장에서 시작된다. 기존 회선을 두고 굳이 새 광케이블을 까는 것은 거래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 휘어지고 돌아가는 회선을 곧게 펴면, 주식거래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진다. 주식을 사고 파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트레이더의 업무상 온라인 거래속도는 최고의 무기다. 하지만 저자는 전용선에 대한 고비용을 지불하는 특정 소수에게만 이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일종의 '약탈적' 이득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다른 투자자의 기회를 가로챈 셈이라는 것. 이러한 심각성을 깨달은 트레이더와 펀드 매니저 등이 초단타매매의 작동원리와 월가의 탐욕을 고발하고 나선다. 현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수사국(FBI) 등은 지난해부터 HFT 수사에 나선 상태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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