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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토리] '당랑의 전설'과 주문실수



미두꾼: 애애? 보증금을 더 넣으라고? 팔었응께로 땄지라우. 그럼 안 땄어라우? 이천원 징금 내고서 쌀 삼백석을 팔았던디, 오원 사십전이 올랐으닝께로 땄지라우~

바다지: 하, 이런 답답한! 팔았으니깐 손을 했지, 어떻게 땁니까? 노형네 고장에선, 돈 가지구 싸전에 가서 쌀 사오는 걸, 쌀 팔어온다구, 그리지요?

미두꾼: 그러먼이라우! 그랬응께로 내가 시방 쌀 삼백 석을 갖고 있는 심이지라우!

바다지: 갖고 있긴 쥐뿔을 갖고 있어? 팔았어! 팔맺자(賣子)루 팔았어!

미두꾼: 참말이라우 아니, 그런 경오 ?좋侈璨? 나는 쌀 삼백 석 팔었응께로 어서 돈 삼천칠백원 내누와라우! 논 팔고 밭 팔고 헌 돈이여라우!



1921년 인천미두취인소를 배경으로 한 채만식의 희곡 '당랑의 전설' 2막1장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이는 미두꾼(쌀을 사고 파는 투기꾼)과 시장 대리인 바다지 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장면이다. 사투리로 인한 오해로 쌀 선물 주문실수에 따른 손실이 발생해 보증금을 더 채워야 하는(현 마진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처럼 실수가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다는 당랑의 전설 속 이야기는 희극 속 허구만은 아니다. 현재도 증권회사 선물 주문실수가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사고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5일에는 한 증권사 직원의 주문 실수로 선물가격이 급등,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올 초에도 홍콩계 헤지펀드가 선물과 옵션을 혼동해 주문을 잘못 내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고 2011년에도 한 증권사가 선물 주문 실수로 막대한 손실을 입기도 했다.

잇따른 주문실수로 손실이란 좋지 못한 결과가 이어지자 한국거래소가 해법 마련에 나섰다. 알고리즘 거래 주문을 일괄 취소할 수 있는 '킬 스위치(kill switch)' 제도가 그것. 또 증거금 관리도 한층 강화해 사고 발행 가능성을 크게 줄였다. 매년 주문실수에 따른 손실 사태가 발생했다는 측면에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뒤늦게라도 예방책이 마련됐다는 점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증시 불안에 주문실수와 같은 불상사가 겹칠 경우 신뢰 추락에 따른 투자자 이탈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그래도 외양간은 고쳤다. 다만 보수에 앞서 예방을 위한 장치적 요소가 다소 부족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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