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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터질때만 '경영권 보호' 들먹… "공론화 장 만들어 논의해야"

■ 끝나지 않은 기업 지배구조 싸움 (2)

손병두 한국선진화포럼 회장이 최근 ''경영권 방어와 기업지배구조 논란,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재계에서는 차제에 보다 포괄적인 견지에서 기업의 경영권 방어 장치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서울경제DB


SK-소버린·KT&G-칼아이컨 등 분쟁 발생하면

포이즌필 등 도입 논란일다 반발에 밀려 무산 일쑤

민·관·시민사회 합동위원회 꾸려 대책 마련하고

정치권도 법령 방향 맞춰 기업 발목잡는 일 없어야


지난 1997년 외환위기에 따라 국내 자본시장이 개방된 후 우리 사회에서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 논란은 주기적으로 타올랐다가 소리 없이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태산명동서일필'이라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다.

SK와 소버린의 분쟁으로 SK그룹이 공중분해될 위기에까지 몰렸던 2003년이나 KT&G가 칼 아이컨의 공격을 받았던 2006년 당시 재계에서는 포이즌필·차등의결권주·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장치를 법제화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반(反)재벌 정서가 불거졌고 이를 표(票)로 연결하기 위한 정치권의 이해가 그때그때 맞아떨어지면서 공론화의 장이 채 열리기도 전에 문을 닫는 일이 번번이 벌어졌다. 18대 국회 때인 2010년에는 법무부가 포이즌필 제도 도입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시민단체의 반발에 밀려 제대로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무산된 일도 있었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반재벌 정서가 강한 한국에서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을 논의하는 과정은 자칫 재벌에 대한 생산성 없는 갈등만 반복하고 끝날 수 있다"면서 "제도 도입뿐 아니라 반재벌 정서를 극복할 수 있는 종합적 대책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발 안 맞는 정치권에 발목 잡힌 기업=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을 기습한 올해도 사정은 과거와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먼저 정치권을 중심으로 기업에 유리한 방향의 제도 개편작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외국인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사유를 더 까다롭게 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역시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투기자본의 무차별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방패'와 같은 법 개정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제한하는 법령 개정작업이 국회의 다른 한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김기준 새정연 의원은 지난달 최대주주나 그 특수관계인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사추위의 독립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대주주의 경영권은 제한하고 외국계 펀드의 목소리만 키우는 제도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묶여 있는 손발을 풀어주겠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입에 재갈을 물리는 식의 뒤죽박죽 행태가 실제로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의원들끼리도 정책의 방향을 정하지 못해 벌어지는 이런 촌극에 애꿎은 기업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보호장치 공론화 위원회 꾸려야=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이번 기회에 민·관·시민사회 합동의 '공론화 위원회'를 꾸려서라도 경영권 보호장치에 대해 확실히 논의하고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관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큰일을 당하면 확 끓었다가 차갑게 식는 '냄비 대응'으로는 도저히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벌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제 투기자본으로부터 국내 산업을 지키기 위해 법적 장치 도입이 시급하다"며 "차분하고 면밀하게 제도 전반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일부 오해를 받는 경영권 보호장치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이즌필·차등의결권주 등이 대기업의 권리만 보호하는 것처럼 인식돼 공론화에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포이즌필의 경우 미국·일본·프랑스·캐나다 등 선진 자본시장에 널리 보급된 제도로 일본 역시 2005년 도입해 성과를 봤다. 이 제도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발생할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제도를 뜻한다.

차등의결권주 역시 기업들이 강하게 도입을 요구하는 제도 중 하나다. 이 제도는 주식에 따라 의결권에 차등을 주는 제도로 예컨대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에는 1주당 100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줘 투기자본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효과를 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상장회사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벤처기업들은 이런 보호장치가 있어야 마음 놓고 상장을 할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구글 등이 이 제도를 활용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막대한 부(富)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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