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유 전 회장 관계사에 대출해준 산업은행 등 은행들에 대해 특별 검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담보를 충분히 잡아 외형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대출이 원래 목적대로 쓰이는지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점을 일부 발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담보가치만 보고 대출을 해준다는 것은 대출 원칙에 맞지 않다”면서 “그동안 관행상 이런 식으로 해왔으나 원칙적으로는 대출 자금이 용도대로 쓰이는지와 사업성 등을 따져봐야 하는데, 대출 은행들이 이 부분을 일부 소홀히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청해진해운이 세월호 도입가와 개조 비용을 일부 부풀려서 은행에서 100억원 이상을 대출했을 가능성에 금융당국은 주목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업체에 개조공사 및 납품대금을 부풀려 지급하고 되돌려받는 방식을 썼을 가능성이 있다.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개월 만에 개조 공사를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사 및 납품 대금에 거품이 끼어 있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을 포함해 기업은행, 우리은행, 경남은행 등 대출이 많은 은행이 금감원의 특별 검사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출해준 돈이 용도 외의 부문에 쓰였는데도 은행이 방관했다면 이 또한 제재 대상”이라면서 “당시 해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인데, 사업성 등을 제대로 봤는지도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담보가 확실하면 대출해줬던 게 관행이며 모든 기업 자금에 대해 원래 목적대로 쓰이는지까지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또 종교 관련 신협을 중심으로 10여곳을 특별 검사하면서 일부 대출에서 문제점을 적발했다. 이들 신협의 대출 규모는 200억원이 넘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일부 신협이 유병언 관련사의 자금줄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일부 신협의 경우 대출 절차 등이 허술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대출 문제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은행, 신협, 저축은행, 보험사뿐만 아니라 여신 보증을 해준 메리츠증권 등 증권사까지 점검 대상을 확대했다. 아울러 금감원은 유 전 회장 관련사들의 회계처리 적정 여부를 조사하는 특별 감리에도 직접 착수했다.
유병언 전 회장 일가의 외국환거래법 위반도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유 전 회장과 두 아들 유대균, 유혁기씨, 청해진해운, 지주사 아이원아이홀딩스의 관계사 천해지 등에 대해 불법 외환 거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유 전 회장 일가는 1990년부터 미국, 프랑스, 중국 등에서 500억원이 넘는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면서 일부 신고하지 않은 점이 적발됐다. 차남 혁기씨는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주 등에 수백만 달러 상당의 저택과 부동산을 사는 과정에서 외환거래법을 위반한 정황도 포착됐다.
유 전 회장이 2012년과 지난해 프랑스에서 사진전을 개최한 뒤 계열사들이 500여장이 넘는 사진을 200억원 이상의 돈을 주고 떠안은 점도 주목하고 있다. 장당 매입가격이 수억원에서 최고 16억원에 이르는 것도 있다고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병언 일가와 관련사의 외환거래 내역을 살펴보니 상당 부분을 신고했으나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사실도 드러났다”면서 “사진 또한 물품으로 거래됐는데 워낙 고가여서 적정한지부터 외환거래법 위반 여부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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