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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상위 1% 위한 '방주고교'를 폭파하라

■ 방주로 오세요 (구병모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구병모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이번에도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빛을 발한다.

이야기는 '만약 지름 15㎠의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운석이 떨이지고 그 자리에 넓이 39.5㎢, 높이 1.2㎞의 땅 '방주시'가 만들어진다. 초고속 초고층 엘리베이터로만 범접할 수 있는 초호화 도시다. '지상인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사회 고위층 인사 '그들만의'터전이다. 이곳에'방주 고등학교'가 있다. 주인공 마노와 쌍둥이 누나 루비는 방주고가 정원의 10%를 할당해 입학을 허용한 '지상의 아이들'이다. 입학 후 마노는 방주시에 사는 선택받은 자들에게 선택받은 자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

"처음부터 방주시에서 살았던 학생들은 이 학교 졸업과 함께 도시의 주인이 되겠지만, 우리는 도시가 굴러가게 떠받치는 일꾼 이상은 되지 못해.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주인 자리를 내주지는 않는다고."

그러던 중 마노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학교 재단 이사장의 손자이기도 한 학생회장 일락이 누나 루비를 인질로 마노에게 프락치 노릇을 요구한 것. 감시의 대상은 2학년 윤시온. 그는 학교를 폭파한다는 계획을 세우며 '지상의 아이들'몇 몇이 참여한 소모임'프로네시스'를 이끌고 있는 인물이다. 윤시온은 돈, 명성, 가문, 학업 성취도 등 비인간적인 선별 기준에 의문을 가진다. 하지만 개인은 시스템에 대항할 수 없다. 시스템은 너무 거대하고 실체도 없다. 그래서 '학교 폭파'라는 무모한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마노는 윤시온과 같이 꼭 폭력적인 행동으로만 오류 수정이 가능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방주고는 뿌리 깊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공간이며 노예 예비군 양성반이 마련돼 있다. 그래서? 그 공간을 파괴한 뒤에는?"

상위 1%가 움직이는 부조리한 시스템을 알고 있으면서도 '전복'과 '순응'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노의 딜레마가 왠지 낯설지 않다.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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