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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6월 8일] 게임이론과 남북문제

이종열(뉴욕 페이스大경영대학원석좌교수)

지금 아주 위태로운 정치곡예를 부리는 북한의 도발이 앞으로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걱정된다. 경영경제부문의 기초과목에서 배우는 게임이론을 정립한 토머스 셸링 교수가 4년 전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됐을 때 미국에서 나온 한반도 얘기가 떠오른다. 게임이론이란 쉽게 얘기하면 이렇다. 서로 연관된 위치에서 협상하고, 대적해서 싸우고,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비합리성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쪽이 유리하다는 의미가 있다. 비합리적인 것의 합리적 유리함, 뭐 그런 것이다. 미국과 소련이 수십년 냉전상태에서 겨루고 있을 때 매우 중요한 이론으로 국방성에서 복잡한 대소련 전략을 짤 때 도움이 된 것이 게임 이론이다. 다음의 예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더스틴 호프만과 로렌스 올리비에가 출연한 “마라톤 맨”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거기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컬럼비아 대학의 대학원생인 더스틴 호프만의 형이 미국정보국 비밀요원인데 어쩌다 형 때문에 동생이 어려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 과정에서 컬럼비아 대학 동네의 조무래기 깡패들의 도움을 받으려 하는데 그 깡패들에게 적대적인 상대방 비밀요원이 권총을 먼저 들이댄다. 보통 합리적인 사람 같으면 권총을 먼저 뽑은 사람이 협상(?)에서 우선적인 지위를 점하게 되는데 이런 상식이 조무래기 깡패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바로 앞에서 권총을 빼어 겨누고 있는 비밀요원에게 여러명의 깡패가 한꺼번에 자기들도 권총을 빼어 겨누는 것이다. 비밀요원은 그래서 그 장면에서 동네 깡패들에게 밀리고 만다. 여기에 게임이론의 핵심이 있다. 조무래기 깡패들은 그 비밀요원이 자기들에게 그 권총을 쏘지 못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을 했거나 아니면 “네가 쏠 테면 쏴 봐라”는 깡패들의 오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임이론에서 상정하는 것은, 협상에서는 둘 중 누가 봐도 조금 정신 나간 것 같이 보이는 쪽이 유리하게 된다. 왜냐하면 협박이 먹혀들기 때문이다. 아니 조금 고칠 것이 있다. 정신이 조금 나간 것이 아니라 많이 나갔다고 상대방에서 믿어주면 줄수록 협상이 유리하게 된다. 북한의 대미외교과정을 보노라면 필자는 북한의 김정일이 현재의 위정자들 중 게임의 실제 응용 능력 면에서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본다. 그들이 이 게임이론을 알아서 그런지 아니면 김일성 시대부터 워낙 잘 배워서 그런지 몰라도 실제 김정일이 협상 면에서 뛰어나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미국에서는 마음에 안 드는 타민족이니까 김정일을 살짝 (아니면 많이) ‘미친’ 조무래기 동네 깡패로 보고 있지만 그것이 핵무기 숫자로는 미국의 0.1%도 안 되는 (그것도 핵무기의 탄도미사일 적용에서 성공했다고 쳐서) 실력을 가지고 미국과 당당히 대적할 수 있는 이유인 것이다. 실제 핵 대결에서 북한이 한번 핵무기를 썼다가는 미국이 그 정권뿐 아니라 한반도를 불구덩이로 만들겠지만 그것을 알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위정자라면 북한에게 이롭지가 못한 이유를 게임이론은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그래서 게임이론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누가 정권을 잡건 외부에 대해서는 조금 미친척하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수준이 북한보다 몇수가 떨어지는 남한의 북한정책으로는 북쪽에 아무리 잘한다고 해봐야 소득이 없는 이유를 게임이론은 우리에게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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