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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도 오랜 시간을 보내는 회사 생활이 즐거워야 한다.” 당연하지만 지켜지기 어려운 진리를 회사 사옥을 짓는데 실천한 업체가 있다. 명품 핸드백을 생산해 연간 2억 달러를 수출하는 시몬느(대표 박은관ㆍ51)가 그 주인공이다. 시몬느는 기획에서 소재ㆍ디자인 개발,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제조자설계생산(ODMㆍOriginal Design Manufacturing)방식으로 핸드백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코치’ ‘DKNY’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파실’을 비롯해 유럽의 명품 브랜드 ‘로에베’ ‘셀린느’ ‘지방시’ ‘겐조’ 등 30여개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본사는 새로운 소재ㆍ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중국ㆍ인도네시아 등지의 제조공장에서 연간 1,000만개 안팎의 핸드백을 생산한다.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핸드백 제조업체 ㈜청산에 입사, 해외영업에 두각을 나타내며 입사 4년만에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지난 87년 도나카란컬렉션 수주를 계기로 독립했다. 박 회장은 그 해 창업 멤버들과 삼겹살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성공하면 멋진 업무공간을 만들자’던 약속을 실천에 옮겼다. 지난 2003년 완공한 시몬느 의왕 공장은 그 해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받은 ‘명품’. 계단식 연못과 대나무ㆍ과실수들이 시선을 끈다. 본사는 대지면적 2,800평, 건축연면적 2,500평(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큰 편이며 장식적 요소를 배제했다. 대신 다양한 재료와 소품으로 풍부한 표정을 담았다. 패션ㆍ문화상품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공간마다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고객이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해 2층 휴게공간은 클래식 분위기를 연출했고, 3층은 뒤주ㆍ경대 등 전통가구들로 실내를 꾸몄다. 화장실도 전통가구와 창살을 이용해 색다른 느낌을 준다. 자연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인 옥외정원은 직원들을 위한 박 회장의 마음 씀씀이가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의자와 탁자, 돌 벤치 등이 배치된 쉼터는 직원들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애연가를 위한 흡연공간이다. 층마다 외부로 통하는 테라스가 있어 답답함을 덜어준다. 1층 로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자리한 아트리움이 있다. 여기서 매년 두 차례씩 음악회가 열린다. 모든 직원이 시몬느 품 안에서 같이 성장하고 발전한다는 공유의식을 심으려는 박 회장의 노력이 ‘명품 가방, 명품 공장’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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