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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클릭] 비극의 청소년 캠프


'피우지도 못한 아이들의 불꽃을 꺼버리게 누가 허락했는가/언제까지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고 살텐가.' 지난 1999년 최고의 인기 아이돌 그룹 HOT가 1999년 발표한 '아이야'의 가슴 저미는 가사. 아이가 좋아했던 치킨을 들고 버스에 오르며 울부짖는 어머니와 딸이 찐빵 같다던 흰 국화를 올리며 터져오는 울음을 마음속에 갈무리하는 모정을 보여준 옴니버스 영화 '가족시네마'중 '별 모양의 얼룩'. 메달과 훈장을 반납하고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겠다며 떠난 국가대표 하키선수. 이들이 말하려 했던 것은 단 하나. 경기도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참사, 그것이었다.

△머리 위에 단정히 옷을 개고 꿈속에서 엄마 아빠를 만나던 일곱살 수영이, 영종이, 세라,제후…. 곤히 잠들었던 19명의 유치원생은 1999년 6월30일 새벽에 들이닥친 화마 속에 이유도 모르고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렇게 씨랜드 참사는 우리 사회는 물론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고 갔다. 영국의 BBC 방송이 우리나라를 '세계최악의 공공안전 국가'라고 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원인은 언제나처럼 안전불감증이요 부실공사였다. 사후약방문이 쏟아졌다. 화재탐지 시설과 스프링?러 설치 기준을 강화한다고 했고 수련시설의 안전등급을 공개했다.

△14년이 흘렀다. 또 생기지 말아야 할 비극이 일어났다. 충청남도 태안 앞바다에 5명의 고등학생이 아까운 젊음을 잃었다. 변한 건 없었다. 화재가 바다로, 수련원이 해병대 캠프로 이름을 바꿨을 뿐이다. 그토록 외쳤던 안전제일은 버려진 구명조끼와 함께 바다 밖으로 내팽개쳐졌다. 수영 금지구역은 돈벌이에 눈이 먼 일부 어른들의 장삿속에 묻혀졌다. 남은 것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슬픔뿐이다.



△대형 사고가 나면 항상 얘기한다. 씨랜드에서도, 노량진에서도, 그리고 지금 태안에서도 그랬다. 인재(人災)라고. 그렇다면 막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인재가 아니다. 어른들의 먹고살기 힘들다는 핑계가, 돈이 된다는 유혹이, '괜찮을 거야'하는 망각이 우리 아이들을 곁에서 앗아갔다. 어른들의 업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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