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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최치원 등 26명 한시 작가 삶·작품 담아

■ 한국한시작가열전 (송재소 지음, 한길사 펴냄)


'향기 짙은 수 이불에 원앙새 다사롭고/ 비녀 떨어진 베갯머리, 검은 구름 어지럽네// 붉은 촛불 흔들리니 바람이 휘장 걷고/ 고운 누각 서쪽에는 은하수가 나직쿠나// 새 울고 달 지니 밤이 장차 반인데/ 무산 십이봉에 봄꿈이 짧구나.'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유명한 교산 허균은 뛰어난 글재주만큼 여성편력도 화려해 기생 장옥랑에게 이 같은 시를 써 주었다. 얼핏 옥랑이 잠든 모습을 묘사한 점잖은 시처럼 보이지만 함의(含意)는 그 이상이다. '무산 십이봉'의 '봄꿈'은 초나라 양왕과 무산신녀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을 암시한다. 시대적 규약에 얽매이지 않고 파격적인 여성관계를 펼친 허균이었으나 친구의 정인이었던 부안 기생 이매창에 대한 연모는 '정신적 사랑'으로만 지켰다. 유희경과 사랑하다 그가 죽은 뒤에도 수절했던 이매창은 '정다운 맘 품었어도 말할 수 없어/ 꿈속인 듯 다시 또 바보가 된 듯// 거문고 안고서 강남곡 타보지만/ 이내 심사 물어보는 사람이 없네'라는 시로 마음으로만 나누는 허균과의 사랑을 표현했다. 이매창이 죽자 허균은 '…복숭아 훔쳐 먹고 이 세상에 내려와서/ 불사약 훔쳤던가 이승을 떠나다니…'라는 애절한 만시(挽詩)를 남겼다. 한시가 어렵다고 여겨지지만 이처럼 시인의 삶과 시대상을 알면 이해와 공감이 가능하다. 송재소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최치원부터 신채호에 이르는 26명의 한시 작가를 엄선해 시인의 삶과 작품, 간결하고 담백한 풀이를 들려준다. 고려의 부흥이라는 일생의 꿈을 노래한 정몽주, 근엄한 인상과 달리 서정시를 남긴 조선 최고의 유학자 이율곡, 평생 시름 속에 방랑하며 수천 편의 시를 남긴 김시습 등 역사적 인물과 교감할 기회를 주는 책이다. 1만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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