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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시민들의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한낮에는 가마솥 더위에, 밤이면 열대야 현상에 짜증과 피로가 누적되면서 밤새 평온했는지를 묻는 질문이 출근길 인사말이 될 정도다. 정부 역시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우려되고 있는 일사병ㆍ전염병ㆍ식중독 등 이른바 ‘2병1독’을 잡기 위해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2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일 제주 서귀포 지역의 경우 더위의 기준이 되는 ‘열파지수’ 수치가 102까지 올라가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최고점에 달하고 있다. 열파란 비정상적이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는 기간으로, 습도와 기온이 복합돼 사람이 실제 느끼는 더위를 지수화한 게 바로 열파지수다. 서귀포발 폭염의 경우 열파지수를 구분하는 5단계 중 ‘매우 주의’ 단계(90∼104)에 해당,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일사병ㆍ열경련ㆍ열피폐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이로 인해 당장 더위를 견뎌낼 체력이 충분하지 않은 노인층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기상청 산하 기상연구소가 최근 서울ㆍ부산ㆍ대구 등 전국 6대 도시에서 지난 13년간(92~2004년) 발생한 65세 이상 고령층의 여름 사망률을 조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더위가 가장 심했던 94년에 고령층 사망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층은 바깥 날씨가 32도 이상일 경우 급사의 위험이 있다는 결과도 함께 나왔다. 예컨대 94년 여름 당시 서울시의 경우 기온이 1도씩 오를 때마다 사망한 숫자가 13년 평균 하루 사망자 수(103명)보다 9명이 더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낮 최고기온 35.7도에서는 하루 사망자가 평균값보다 25% 증가했다. 이처럼 폭염의 위력과 파장이 심각해지면서 정부와 지자체도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보건복지부는 폭염으로 인한 응급상황 발생시 제대로 대처하기 어려운 독거노인들을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 등을 가동, 매일 안부전화를 걸고 반찬이나 요구르트 배달시 근황을 파악하기로 했다. 또 질병관리본부와 국립의료원ㆍ식약청 등과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전국 12개 응급의료센터 등을 통해 24시간 응급진료체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염병ㆍ식중독 관리를 위해 전국 보건기관에 비상방역 근무를 지시하고 아동복지시설의 집단급식소를 중심으로 식중독 집중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소방방재청은 폭염이 발생했을 때 모든 공공시설을 개방해 국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노약자를 위해 읍ㆍ면ㆍ동사무소, 노인정, 마을회관 등을 미리 폭염대피소(Cooling Center)로 지정,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폭염과 관련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국번 없이 1339번을 눌러 응급의료정보센터에 즉각 연락해줄 것을 적극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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