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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폭락장 단상
입력2006-01-19 16:17:25
수정
2006.01.19 16:17:25
주가가 정신없이 떨어지고 있던 지난 18일 오후 평소 알고 지내던 한 투자자로부터 메시지가 하나 날아왔다. 며칠 전 동네 아줌마가 유모차에 개를 태우고 객장에 왔을 때 주식을 팔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내용이었다.
증권가에서는 통상 아줌마가 장바구니를 들거나 유모차를 끌고 객장에 나타나면 주가가 꼭지를 찍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이 투자자는 유모차에 아기가 있는 게 아니라 개라서 괜찮은 줄 알았다가 낭패를 봤다는, 이를테면 머리 좀 식히라는 우스갯소리로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18일의 증시 분위기는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과거에는 증시가 급락하면 객장에서 넋이 나간 모습의 투자자들, 계속되는 항의전화, 투매, 쇼크 등의 모습이 일상화됐었다. 하지만 이날은 이틀째 7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객장에는 유모차 아줌마 콩트만큼이나 여유가 있었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만난 증권사의 한 직원에게서도 느껴졌다. “오늘이 이틀째 폭락인데 내일도 빠질까요”라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아마 다시 올라갈 것”이라며 조심스레 낙관론을 펼쳤다. 이 직원은 얼마 전 퇴직금을 중간 정산해 목돈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주가가 하염없이 오르는 바람에 들어갈 타이밍을 못 잡고 있었는데 주가폭락으로 찬스를 잡았다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투자자들은 주가폭락에 동요하기보다는 “들어갈 기회를 못 잡고 있었는데 잘됐다. 언제쯤 주식을 사면 괜찮겠냐”는 문의가 더 많았다.
기껏 사례 한두 개를 보고 침소봉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증시의 분위기는 분명 이전과는 다른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왜 그럴까. 이는 최근 들어 활성화되고 있는 적립식 펀드의 영향이 크다. 적립식 펀드는 주가가 하락할 경우 매입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단기적인 등락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적립식 펀드로 돈이 몰리면서 증시의 체질도 이전보다는 훨씬 강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우리 투자자들은 좀더 여유가 생겼고 좀더 성숙해졌다. 이제는 아줌마가 유모차를 끌고 오는 사진이 신문에 실리면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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