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황우석 파문 중간조사 발표] 왜 이런 일 일어났나

'빨리빨리' 문화가 빚은 悲劇<br>성과 지상주의·외형주의등 사회적 병폐 노출<br>"과학계 非민주적 서열관행도 한 몫" 지적

‘황우석 사태’는 우리 사회의 취약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노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개인의 조작에 사회 전체가 놀아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성과지상주의ㆍ속도주의ㆍ외형주의 등 우리 사회의 폐해가 한데 어우러진 후유증이기도 하다. 여기에다 사회 도처에 깔려 있는 상명하복식 비(非)민주적 잔재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황 교수 주변에서는 황 교수 연구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더러 있었으나 황 교수를 영웅시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감히 제기하지 못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 학계ㆍ의료계 등에서 보편화된 교수와 제자간 왜곡된 도제 관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도교수한테 찍히면 죽음’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감시ㆍ견제 기능이 제대로 설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한곳에 힘이 집중되면 불상사가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학문 권력, 과학 권력의 집중이 견제 기능을 상실케 하는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정신과 의사인 노만희 박사는 “황 교수가 우리 사회의 집단 카타르시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사기극’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지친 국민 심리에 황 교수가 일종의 ‘희망’으로 부각되면서 무조건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는 현상이 표출됐다는 것이다. 노 박사는 “당장은 힘들어도 황 교수 같은 사람 때문에 미래는 괜찮겠다는 생각들이 많았던 것 아니냐”면서 “황 교수에게서 희망의 메시지를 찾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이 같은 심리가 붕괴된 상황에서 국민 심리를 잘못 관리하면 집단 히스테리나 공황 상태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우리가 고속성장을 하면서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그 결과를 돈과 권력으로 환산하는 천민 자본주의에 빠진 것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김용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우리 모두 반성하고 책임질 부분은 져야 한다”면서 “땀 흘려 천천히 가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책임론도 피할 수 없다. 아무런 검증 없이 ‘황우석 띄우기’에 앞장서다 논문조작 논란이 벌어졌을 때도 사실상 손을 놓아버린 것이 우리 정부의 현 주소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들어 경륜이 부족한 사회 비주류 세력이 곳곳에 포진, 핸들링하다 빚은 참극”이라고 풀이했다. ‘황우석 관리’를 제대로 못한 미숙함이 큰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