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중국의 산업 고도화와 샌드위치 한국

올 들어 중국 산업에 몇 가지 중요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의 조선업이 1ㆍ4분기에 신규 수주량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추월해 최초로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소니ㆍ인텔ㆍ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내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는 중국 로컬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을, 후자는 중국의 글로벌 산업가치사슬에서의 위상 변화를 의미한다. 사실 중국경제의 극적인 고성장과는 별개로 중국 산업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중국에 글로벌경쟁력을 가진 로컬기업이 많지 않은데다 국제 분업구조에서 중국이 담당한 분야가 주로 부가가치가 가장 낮은 조립 공정이었기 때문이다. 기업의 국가 장벽이 무너진 당금의 시대에 일국 산업의 고도화는 단순히 첨단산업을 하고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첨단산업의 어떤 공정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예컨대 중국에 반도체ㆍLCD 등 첨단으로 일컬어지는 산업이 형성돼 있지만 연구개발이나 부품생산이 아닌 조립공정에 국한됐기 때문에 중국 산업이 고도화됐다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조선업의 세계 1위 등극과 세계적 다국적기업의 중국 내 연구개발 기능 강화는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세계 100대 조선기업 중 중국기업은 수수 잔량 기준 세계 5위인 다롄선박중공 등 31개가 포함돼 있다. 한국(15개)ㆍ일본(30개)을 능가하는 수치이다. 소니는 지난 2005년 설립한 상하이기술센터에서 기획ㆍ디자인ㆍ생산까지 전공정을 진행한 MP4플레이어를 최근 세계 시장에 출시했다. 인텔은 다롄에 25억달러를 투입해 건설하는 반도체 공장에 최신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산업이 양적으로 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고도화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들이다. 물론 아직은 중국 산업의 경쟁력이 우리를 일거에 추월할 정도라고 할 수는 없다. 조선업만 해도 중국은 주로 화물선, 중소형 컨테이너 등 저부가가치 분야 위주이고 수주실적도 5월 이후에 우리가 중국을 다시 추월했다. 다국적기업의 중국 내 연구개발센터도 아직은 중국시장 개척을 위한 ‘개발’ 수준 위주이며 진정한 의미의 ‘연구’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라 3년, 5년 후를 생각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중국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성장하는 가운데 중국정부의 연구개발 투자가 더욱 강화되고 뛰어난 이공계 인력들이 계속 배출되는데다가 다국적기업들이 중국 내 연구개발 진출을 확대하는 상황에서도 향후 우리의 중국 대비 산업경쟁력 우위가 지속될 수 있을까. 중국의 산업 고도화가 우리에게 반드시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며 또한 우리에게만 위협적인 것도 아니다. 기업이나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중국의 산업고도화는 기회요인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중국의 산업고도화를 잘 활용하면 중국 시장 공략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 제고도 달성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의 독자 기술표준 개발에 동참할 경우 거대 중국시장에 확고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으며 중국에서 글로벌 신제품 개발에 성공할 경우 중국시장은 물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모두 우리 기업이 중국 진출을 내실화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 중국이 우리에게 가장 위협을 주는 경우는 아마 중국이 우리와 전혀 상관없이 산업고도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중국의 성장이 우리 경제의 동반성장을 일으키는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수 년 내에 ‘샌드위치 한국'이 본격화될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