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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불빛과 빠른 기술에서 벗어나 진정한 소통을 꾀하자는 취지를 내세운 한솔뮤지엄이 최근 강원도 원주시 한솔오크밸리에서 문을 열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자연 속에 녹아 든 또 하나의 자연 공간'을 주제로 지난 2006년 설계에 착수한 후 꼬박 7년 동안 약 400억원을 들여 탄생한 미술관으로, 대지 7만 1,000㎡(약 2만2,000평), 해발 275m에 자리하고 있다. 개관 기념전은 '진실의 순간(A Moment of Truth)'이란 주제로 내년 2월 말까지 열린다.
세부적으로 보면 페이퍼 갤러리에서는 한솔그룹의 주력 사업인 종이 산업의 어제와 오늘, 미래상을 한 눈에 펼쳐 보일 수 있는 4개의 주제관을 만날 수 있다. 고려 현종에서 선종에 걸쳐 간행된 초조대장경 중 하나로 화엄경 목판본 중 가장 오래된 '대방광불화엄경 주본 권36'(국보 제277호)이 눈길을 끈다. 갤러리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파피루스 온실'은 페이퍼 갤러리의 콘셉트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청조 갤러리에서는 우리나라 근현대 유명 작가의 작품 100여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의 맏딸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누나인 이인희(85) 한솔그룹 고문이 40여년간 수집한 300여점의 컬렉션 가운데 3분의 1을 한 자리에 모은 것으로, 이 고문의 호를 따 '청조컬렉션'으로 이름 지었다. 박수근ㆍ김환기ㆍ이중섭ㆍ이우환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작가들의 작품들이 망라돼 있다. 전시관 중 하나는 '백남준관'으로 정해 그의 대표작을 선보일 예정인데, 개관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타워'를 만날 수 있다.
한솔뮤지엄이 도심의 미술관과 차별화한 특징은 건물 밖에서 찾을 수 있다. 웰컴 센터를 지나 700m에 이르는 거리를 걷다 보면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박물관, 미술관, 스톤가든, 제임스터렐관이 이어진다. '플라워 가든'에서는 '순수한 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붉은 패랭이꽃 80만주, 하얀 자작나무 180여 그루와 미국 조각가 마크 디 수베로의 붉은 색 설치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뮤지엄 본관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워터 가든'은 마치 뮤지엄이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반복적인 형태를 통해 리듬감을 살린 알렉산더 리버만의 1997년작 '아키웨이(Archway)'가 본관을 마주하며 대문 역할을 하고 있다.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 가든'에서는 한반도 8도와 제주도를 합친 숫자로 9개의 스톤 마운트가 펼쳐져 있고 미국 조각가 조지 시걸의 '두 벤치 위에 커플' 등 유명 조각 작품이 곳곳에 자리한다.
한솔뮤지엄의 백미는 마지막 관람 코스인 '제임스터렐관'에 있다. 미국 출신의 대지예술가이자 빛 예술(Light Art)의 선구자인 제임스 터렐의 이름을 딴 '제임스터렐관'에서는 '제임스 터렐: 진실의 순간'이라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공간 속에서 사람들이 빛을 지각하는 방식과 효과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여주는 터렐의 작품 '겐지스필드(GANZFELD)' '웨지워크(WEDGEWORK)' '호라이즌(HORIZON)'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 등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한솔뮤지엄의 관람 거리는 2.3㎞, 관람 시간은 약 2시간이 소요된다. 입장료는 본관과 제임스터렐관 패키지 관람이 2만 5,000원(성인), 본관 관람료는 1만 2,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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