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들은 ‘달러 가뭄’에 시달려 온 북한의 경제상황과 미국의 군비 증강을 피하고자 했던 중국 측 압력 등을 이번 합의의 주요 배경으로 꼽으며 “개성이 새롭게 등장한 ‘투 코리아’(two Koreas) 정권간 소통 및 긴장 완화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은 “연간 9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개성은 북한으로서는 보기 드문 달러 획득 창구”라며 “북한이 내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앞둔 시점에서 태도 변화를 단행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 정부도 개성공단 합의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남북관계 개선을 지지해왔다”면서 “남북한이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한관련 전문가들도 이번 합의가 남북한 간 민감한 이슈들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블로그에 글을 올려 "이산가족 상봉과 경제·문화 교류, 비무장지대내 평화공원 건립 등 인도주의 사안을 비롯해 민감한 이슈들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클링너 해리티재단 연구원은 “박근혜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않고 협상팀에게 필요한 내용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협상을 과감히 접으라고 지시했는데, 이것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태도변화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여전히 견지했다.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한 북한 정권의 ‘의도’가 진정한 남북관계 개선에 있지 않고 핵을 개발하고 무기를 증강하는데 필요한 '자금줄'로 활용하거나 대미·대남 압박의 ‘안보 지렛대’로 쓰려고 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클링너 연구원은 “큰 틀에서 한국은 개성공단을 복원하는 것이 과연 이해와 부합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개성공단 실험은 이미 정치적으로 실패했다. 북한을 정치·경제적으로 개혁하지 못했고 남한에 대한 도발과 위협도 막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도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 합의로 최종결론이 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보도했다.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경제발전과 핵개발이라는 병진정책을 택하고 있는 것이 이번 합의의 중요한 걸림돌”이라며 “핵개발 목표는 김정은이 인민들에게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자신의 정책약속을 이행하는데 지속적인 장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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