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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이념 논쟁에 표류하는 미래


국제부 기자 시절 가장 곤란했던 일 중 하나는 구미권의 선거 때마다 다수당의 좌우 성향을 가려내는 일이었다. 총선 등은 무난하다 해도 합종연횡이 뒤섞인 지방 선거 상황을 파악하려면 골치가 지끈거렸다. 무엇보다 서구 언론은 이런 성향의 보도를 별로 내놓지 않는 편이었다. ‘현상 유지’의 보수파와 ‘사회 개혁’의 진보파를 냉전 시대의 우파와 좌파로 나누는 작업이 이들에겐 1980~1990년대에 이미 끝난 일임을 선거 때마다 되새기곤 했다.

하지만 분단 상황이 여전한 우리는 상황이 좀 다르다. 남북이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크게 대립한 천안함 사태 당시 국내 우파 중 일부는 ‘애매모호’하게 북한의 편에 선 중국의 입장을 역시 ‘애매모호’하게 받아들이며 사실상 용인했다. 급부상하는 중국의 위상을 고려해 우리 정부가 북한의 소행으로 규정한 사건 앞에서 비판의 포문을 닫은 것이다. 이들은 헌법상 우리 영토인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각자 잘 살자’는 이론을 편다. 통일이 되려면 북한 주민들이 국민투표를 통해 우리를 선택해야 하며 천안함 사태 당시 북한이 끝내 개성공단을 닫지 못했다는 점에서 ‘정권’과 ‘국민’을 분리하는 답은 나와 있는데도 답에 따라 움직이지 못한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3대 세습’이라는 전대미문의 과제 달성을 위해 사회주의를 외치지만 실상은 아직도 신분제가 존재하는 가난한 독재국가일 뿐이다. 근간인 배급제는 1990년대에 이미 무너졌고 1990년대 대기근 당시 ‘불온한 자본주의’를 외면하고 당의 표창장을 보물로 여기며 살았던 중류층이 가장 먼저 대거 사망하며 이탈이 가속화됐다.

1980년대에 기대어 호흡하기는 진보 진영도 다르지 않다. 민주화와 인권의 기치를 내걸며 두 번의 정권 교체를 이뤄냈지만 탈북인들의 인권 문제에는 철저히 침묵한다. 이념적 분파로 진영을 가르는 셈법은 이 땅에서도 앞뒤가 안 맞는 불협화음을 내고 사회 성숙을 여전히 가로막고 있다.



국내 대선 정국이 정책 대결은 뒷전인 채 이념 논쟁과 상대방 흠집 내기로 몇 개월째 고착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정치인들이 이념에 집착하는 근본 이유는 지지 계층의 집결을 위해서다. 그러나 후보자들의 정체성과 사상은 정책을 통해 드러나야 옳다. 보수도 진보도 1980년대 사고방식에 갇혀 국가의 미래를 펼쳐 보여야 할 정책 청사진이 표류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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