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Z세대들이 높아지는 물가에 대응해 허리띠를 조이며 데이트에 드는 비용마저 극도로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의 Z세대 중 50% 이상이 데이트에 비용을 전혀 지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18~28세 사이의 청년 9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데이트에 비용한 지출한 사람들 가운데서는 25%의 남성과 30%의 여성이 한달에 100달러 미만을 쓰고 있다고 응답했다.
청년들이 데이트에 대한 지출까지 줄이고 있는 것은 미국 내 물가가 최근 몇 년간 크게 오른 영향이다. 물가 상승률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CPI는 2021년 6월 271.70에서 올해 6월 322.56%로 4년새 19% 올랐다. BofA의 소비자·소매 및 선호은행 부문 사장 홀리 오닐은 "Z세대는 성인이 되는데 드는 비용이 더 많아졌다는 것을 깨닫고 있고, 전반적인 생활비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며 "그들은 외식을 줄이고, 더 저렴한 식료품점에서 쇼핑하고, 예산을 설정해 소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문에 참여한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저축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고 답했고 24%는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 부채를 갚고 있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앞으로 물가 압박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상호관세가 오는 8월 1일 발효되면서 멕시코산 커피와 쇠고기, 오렌지주스부터 중국산 가정용품과 장난감, 의류 등 생활용품의 가격을 잇따라 밀어올릴 우려가 커진 까닭이다. 지난달 미국 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 오르며 지난 2월(2.8%)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핵심 상품들의 가격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유행하던 2021년 이후 최고치로 오른 상태다. 자동차를 제외한 핵심 상품 가격은 지난달 0.55% 상승해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장난감 가격도 1.8% 올라 2021년 4월 이후 최고 폭으로 상승했다.
골드만삭스의 고정수익 및 유동성 솔루션 부문 책임자 케이 헤이는 "관세 영향의 초기 징후가 일부 나타났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물가 압력은 7~8월을 지나며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사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시마 샤는 "가정용 가구, 의류 등의 가격 상승은 관세가 핵심 상품 가격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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