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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기지개 켜는 단기금융시장

“철강ㆍ반도체 등 제조업은 세계 일류인 반면 금융시장은 낙후돼 있다.”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얘기다. 갖가지 금융상품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인프라)이 구축돼야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인력도 채용하고 시장을 키워나갈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금융시장 중 특히 척박하고 왜곡된 단기금융시장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기금융이란 금융회사들이 통상 3개월 미만으로 돈을 빌려주고 꿔가는 시장을 일컫는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하루짜리 콜시장과 은행이 발행하는 3개월 시장성 양도성예금증서(CD)가 사실상 전부다. 그나마 3개월짜리 CD금리도 요즘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들이 강화된 유동성 확충 기준을 맞추기 위해 4개월 이상의 CD만 집중적으로 발행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예금에서 투자로의 머니무브가 본격화하면서 자금부족에 빠진 은행들이 대거 CD 발행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CD 금리에 연동된 주택담보대출금리는 덩달아 뛰어올랐다. 이에 따라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한데도 서민의 이자부담만 가중되는 부작용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단기금융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단기금융의 꽃이라 불리는 환매조건부채권(RP) 월간 거래량이 지난 2007년 12월 9조원대에서 올 1월에는 17조원으로 급증하면서 단기금융시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 RP는 일정기간 후에 국채 등 채권을 다시 되산다는 조건으로 상대방에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되사는 만기시점에 따라 1일, 3일, 1주일, 2주일 등 다양한 만기구조 및 금리를 갖춘 단기상품이 가능하다. 그만큼 단기자금시장도 발전할 수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정책금리를 하루짜리 콜에서 7일물 RP금리로 바꾼 것이 RP시장 활성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 정부도 국정과제로 조만간 단기금융시장 개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단기금융시장이 본격 성장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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