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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조원+α' 확대재정정책, 22조원의 추경 패키지, 세 차례의 투자 활성화 대책, 4대 구조개혁, 연말정산 보완 대책까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7월16일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숨 가쁘게 달리며 내놓은 주요 대책들이다. 그의 취임 이후 정부가 쏟아낸 굵직한 대책만도 30여개에 이른다. 세법이나 예산 등 매년 반복적으로 내놓는 정부 정책은 뺀 수치다. 가히 'Mr 대책'으로 부를 만하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어려웠고 최 경제부총리가 발이 부르트도록 뛰어다녔다는 증거지만 경기는 여전히 안갯속에서 한 치 앞도 내다 보기 힘든 상황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3선 정치인답게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순발력 있게 대응해왔다. 현장방문과 경제장관회의 등을 활용해 이슈를 선점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파해왔다. 그는 경제부총리 내정 직후부터 경기회복에 올인했다. "지도 없는 길을 가겠다"거나 주택규제 완화를 겨냥한 "여름철 겨울옷" 발언은 그의 공격적 경기부양의 상징과도 같았다. 오랫동안 논란이 됐던 온실가스 배출제도 그의 한마디로 정리됐다.
한마디로 그는 지난 1년간 실세 부총리로 경제정책을 진두지휘해왔다.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정책이 그의 입을 통해 시작되고 그의 손을 통해 마무리됐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낙마로 총리직무대행 역할까지 맡아 확산일로이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현장을 교통정리한 것도 그다. 주말에는 의원으로서 지역구 챙기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게 지난 1년을 달려왔다.
하지만 지난 1년간의 광폭 행보에 비해 성과는 그리 신통치 않다. 대외충격에 따른 수출 부진과 메르스 사태 등으로 운도 따르지 않았다지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4대 구조개혁은 공공 분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진전이 없다.
그 좋아하던 담배까지 끊고 경기회복에 올인했지만 수출 부진과 메르스 여파 등으로 우리 경제는 다시 휘청대고 있다. 신(新)3저 효과 등으로 미약하게나마 회복되던 자산시장도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최 경제부총리의 아쉬움은 취임 1주년을 맞아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출입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짙게 묻어나왔다. 지난 1년간의 고민만큼 그의 귀밑 하얀 머리도 늘었다. 최 경제부총리는 "지난 1년간 젖 먹던 힘까지 내 혼신을 다했다"며 "대외충격과 메르스 여파로 경제가 예상했던 성장경로를 벗어나고 4대 구조개혁도 기대에 못 미쳐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최 경제부총리의 1년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각종 돌발악재가 터지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선방했다는 평가부터 화려한 수사의 말잔치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뤄놓은 성과 없이 빈 수레만 요란했다는 인색한 얘기까지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언제 국회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남은 임기 동안 후임자가 정책의 일관성을 갖고 기존 정책을 이어가기 위한 초석을 놓아야 한다"며 "4대 구조개혁과 함께 중국·그리스 등 대외충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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