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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시장 개장에 앞서
입력2000-01-18 00:00:00
수정
2000.01.18 00:00:00
지난해 코스닥에 등록하자마자 주가가 폭등한 벤처기업이 적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이들 유망종목에 연일 매수주문을 내고도 매물이 적어 애를 태웠다. 그동안 장외거래는 인터넷 경매사이트나 사채시장 등 비제도권에서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오는 3월 비상장, 비등록 주식거래를 담당하는 장외거래 중개시장인 제3시장이 예정대로 개장되면 장외주식 거래가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현재 장외시장 투자자는 10만명을 상회하며, 거래종목도 100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제3시장의 개장은 장외주식거래의 질서를 잡고, 거래대상기업의 경영을 투명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의 주식 보유자들에게 주식매매 기회를 제공해 환금성을 높여줄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제3시장이 긍정적 효과 일색의 장미빛 시장인 것은 아니다. 장외기업들은 경영정보 제공의무가 없어 상대적으로 기업내부를 들여다보기가 어렵다. 또 거래에 따라 두배 이상의 가격차를 보이는 종목이 여전히 존재한다. 상하한가 제한이 없어 주가 폭등이나 폭락이 빚어지기 쉽고, 시세조작을 위한 의도적 개입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해서 제3시장의 필요성 자체가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본다면 제3시장의 활성화야말로 장외주식 거래시장의 이러한 약점들을 보완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외거래의 제도권 편입 초기에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광범위한 투자자 보호책을 마련하는 일은 우리의 당면과제로 남아 있다. 이를 위해 사업보고서 등 공시서류의 성실공개를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강력한 제재로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요청된다. 또한 불공정거래와 투기세력에 의한 시장교란을 예방해야 한다.
이번 제3시장 개장만큼은 선진국의 시행착오에 대한 면밀한 연구와 함께 우리 시장의 특수성까지 반영, 후발주자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정책수립의 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과거 투신시장 문호개방처럼 부작용이 증폭되지 않는 등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시장의 등락폭이 크게 확대되는 우리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선진국에서 야기됐던 사소한 문제점까지도 세세하게 조사하고 만반의 대책을 세우는 당국의 용의주도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당국의 이러한 제도마련 노력과 더불어, 투자자 입장에서도 고수익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버리고 새로운 주식시장의 특성을 주의깊게 점검하는 책임있는 투자자세를 갖출 때, 제3시장의 순조로운 출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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