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가 속한 폭스바겐그룹 본사는 최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배정된 올 마케팅 예산 가운데 40%를 삭감했다. 중국 판매 부진으로 본사가 위기에 놓이자 다른 지역 법인까지 긴축정책을 실시한 것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전 세계 법인에 올 마케팅 예산을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아우디코리아의 경우 신차 행사 등을 올 상반기에 전부 소화해 큰 타격은 없지만 중국 판매 악화로 인한 위기감이 한국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폭스바겐 중국합작법인 '일기VW'이 판매하고 있는 아우디 'A6'의 경우 지난해 7월 1만2,328대에서 올 7월 8,840대로 판매량이 대폭 줄었다. 아우디를 포함해 폭스바겐의 '골프' '제타' 등을 포함해 '일기VW'이 7월 한 달간 판매한 전체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5만대나 감소한 10만858대에 그쳤다.
폭스바겐은 전 세계 판매실적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판매량이 6%를 차지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 중국 자동차 시장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하이VW' 판매량도 지난해 7월 약 13만대에서 1년 새 3만3,000대가량 감소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의 국내 법인인 FCA코리아 역시 올 출시 예정이던 신차 계획이 연기되면서 관련 예산이 고스란히 삭감됐다. FCA코리아의 경우 중국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총괄로부터 매년 예산을 배정받는다.
연초 배정된 예산이 중간에 삭감되진 않지만 계획된 출시가 미뤄지는 등 행사를 축소하는 형태로 긴축정책을 실시한다. FCA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올해 말 마케팅·프로모션 등 분야별로 예산안을 중국으로 보내는데 지금처럼 중국 판매가 부진할 경우 한국으로 배정될 내년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둥펑닛산이나 일기도요타 등 중국 내 판매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판매량이 늘어난 곳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 업체가 중국 시장 여파를 올 연말께 더욱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BMW나 포드 같은 경우도 당초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입하던 마케팅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BMW 전체에서 중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3%나 돼 전세계 시장 중 가장 매출액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등 성장성이 높은 시장에 투자하던 마케팅 비용이 최근 몇 년 새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에 그리스·중국 등 다른 지역 경기 부진이 한국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들어 본사에서도 마케팅 비용 등을 줄이라는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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