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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이 힘이다] (26) 사망의 기준

심폐사·뇌사가 죽음의 척도<br>'식물인간' 포함여부도 논란


전통적으로 심폐의 기능상실이 죽음의 인식 척도였다. 즉 호흡이 정지하고 심장의 박동이 멎으며 동공이 커지고 빛을 잃는 등 뇌활동이 정지하면 사망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세가지 징후를 종합, 사망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의료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이 때를 사망시기로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심폐사(心肺死)를 사망의 척도로 인식하는 것은 이미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하나의 관습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의학 및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심폐사의 척도는 그 엄정성에서 위기를 맞게 된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기능이 멎은 심장을 다시 소생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뇌 기능까지 상실된 후에도 심폐기능을 다시 소생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심폐사 기준에 의할 때 사망의 확정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기 시작한 것이다. 반면 현대 의학에서도 뇌사는 절대적으로 소생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심폐사가 뇌사를 필수적으로 수반하듯이 뇌사도 필연적으로 심폐사를 수반한다. 이처럼 심폐사에 비하여 뇌사가 갖는 더 큰 확정력에 근거해 뇌사를 사망의 척도로 하여야 한다는 뇌사설(腦死說)이 등장했다. 뇌사에는 대뇌ㆍ소뇌ㆍ뇌간 모두가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뇌사로 보는 전뇌사설(全腦死說), 호흡과 순환 그리고 대사기능 및 체온조절 등 기본적인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관장하는 뇌간이 기능을 상실한 상태를 뇌사로 보는 뇌간사설(腦幹死說), 의식과 감각 및 사고 등을 담당하는 대뇌의 기능이 상실된 상태를 뇌사로 보는 대뇌사설(大腦死說) 등이 있다. 영국 등 뇌간사설을 취하는 나라도 있으나 전뇌사설이 가장 널리 인정되며 우리의 장기이식법도 전뇌사를 뇌사 개념으로 채택하고 있다. 다만 심폐사와는 달리 뇌사는 단순한 감각적 지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고도의 전문적인 의료진단을 통해서만 확인가능하기 때문에 뇌사설은 의료계에서 주장되기 시작했다. 뇌사와 혼동하기 쉬운 것이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다. 뇌사는 뇌 전체가 죽은 상태인 데 비해 식물인간은 뇌간이나 중추신경 등 뇌의 일부가 살아 있다. 따라서 의식은 없지만 호흡을 하기에 영양만 공급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죽을 권리’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식물인간 상태를 사망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에서 나온다. 국내 실정법은 현재 원칙적으로 심폐기능정지를 사망의 척도로 삼고 있다. 하지만 죽음을 언제부터로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학계에서의 논란뿐만 아니라 경제적ㆍ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죽음의 기준에 대한 보다 활발한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후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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