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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엔高에 숨막혀" 소니 부회장의 탄식

가격경쟁력 크게 떨어져<br>한국업체와 경쟁 힘부쳐

주바치 료지

"(엔고로) 숨을 쉴 수 없습니다." 일본 간판 전자업체인 소니의 주바치 료지(中鉢良治) 부회장이 장탄식을 했다. 엔고로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데 따른 조급함을 드러낸 것이다. 주바치 부회장은 7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경쟁심화에 따른 TV 가격 추락과 미국의 수요 부진을 들며 "매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엔화강세로 삼성전자 등 한국 경쟁사들을 상대하기가 갈수록 힘에 부치고 있음을 드러낸 말이다. 엔고로 소니의 가격 경쟁력은 크게 떨어졌다. 최근 12개월 동안 엔화는 원화 대비 가치가 15%나 올랐다. 이에 따라 미국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000달러짜리 TV를 기준으로 100달러 이상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소니의 실적이 뚝뚝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소니는 3ㆍ4분기 영업손실이 405억엔(4억5,5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분석돼 전분기보다 손실이 늘며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엔ㆍ달러 환율은 전날 88.86엔까지 떨어지며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가 달러 대비 1엔씩 떨어질 때마다 소니의 영업손실은 연간 10억달러씩 불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니는 환율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미 달러화를 기준으로 구입하는 부품 비중을 늘리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소니뿐이 아니다. 파나소닉 역시 3ㆍ4분기 영업이익이 9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프ㆍ도시바 등도 2ㆍ4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마쓰카 미치요시(間塚道義) 후지쓰 회장은 "엔화강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내년에도 일본 업체들이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 등이 울상인 데 반해 한국 전자업체들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의 미국 TV시장 점유율은 2ㆍ4분기 21.5%에서 3ㆍ4분기 23%로 늘었다. LG전자 역시 소니를 따돌리고 LCD TV시장에서 2위에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날 3ㆍ4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두 배 증가한 4조1,000억원(37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해 일본 업체의 부러움을 샀다. 추문성 신한 BNP 파리바 해외운용본부 이사는 "지금과 같은 (엔고) 상황이 지속된다면 일본 업체들은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며 "한국 업체들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환율이 실적 개선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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