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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등 켜진 신분당선] 예상 수익 40%도 못미쳐… 주주들 "더이상 손실 감당 못한다"

승객 늘릴 여주선·알파돔 사업 등 잇단 지연<br>65세 이상 무임승차 급증해 수익악화 부채질<br>정부선 "지원대상 아니다"… 1~2년이 분수령

신분당선 차량들이 분당 차량기지에서 출발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2011년 12월 개통된 신분당선은 주변 개발계획의 연기 등으로 운행 2년 만에 적자누적으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 /서울경제DB


민간자본이 참여한 신분당선이 운행 2년 만에 파산위기에까지 몰린 것은 당초 수요예측이 전혀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분당선은 지난 2005년 7월에 착공, 2011년 12월20일에 완공돼 올해로 운행 2년째다.

신분당선 투자자들은 2005년 3월 당시 국토교통부와 실시협약을 맺었는데 이미 이보다 10여년 전에 정부의 장밋빛 개발 청사진을 토대로 수요예측을 하다 보니 현실과 동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세수부족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정부 주도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줄줄이 지연되면서 신분당선 수요에도 악영향을 줬다. 대표적으로 2012년 초 신분당선이 개통되면 비슷한 시기에 성남~여주선이 완공돼 환승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의 예산부족으로 착공이 늦어진데다 완공시점도 오는 2015년에서 1~2년 더 지연되게 됐다. 신분당선 개통 초기 승객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주선 완공마저 지연되면서 적자만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신분당선이 통과하는 성남시 판교 알파돔사업이 당초보다 훨씬 지연된 점도 문제다. 알파돔사업은 2010년 추진될 예정이었지만 경제상황이 나빠지면서 지연되고 있다. 용산과 신분당선 출발역인 강남역을 연결하려던 계획도 용산개발사업이 물거품되면서 좌초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적정성평가를 다시 한다고 하지만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분당선 투자자들은 승객이 매년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을 믿고 2005년부터 총 사업비 1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신분당선 개통과 함께 순조로운 이익회수를 예상했지만 남은 것은 빚더미다. 2005년 이후 누적손실이 2012년 말 1,341억원에 달해 자본금(2,123억원)을 완전히 까먹게 생겼다. 여기에다 외부 차입금이 7,400억원에 달해 한해 이자비용만 428억원에 이른다. 원금회수는 고사하고 손실을 얼마나 더 떠안아야 하느냐는 고민만 깊어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비율이 급속히 늘어난 것도 치명타다. 신분당선은 운행 첫해인 2012년에만 44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하철을 운행하면서 수익은커녕 손실만 본 셈이다.

신분당선의 한 관계자는 “무임승차비율이 평균 17~18%를 차지해 적자누적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분당선은 청계산입구역을 경유하고 있어 주말이면 청계산을 등반하는 노인계층이 몰려 무임승차비율이 50%대로 급등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측과 달리 광역버스가 확대된 것도 수요감소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신분당선의 사업수익은 당초 예상수익의 37~40%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분당선 실시협약에는 최소수입보장(MRG) 규정이 있지만 기준치인 예상수익의 50%에도 미치지 못해 정부 지원도 못 받을 형편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신분당선의 경우 당초 예상수익의 50%에도 못 미치고 있어 MRG 지원대상이 아니다”라며 “승객수요가 크게 못 미쳐 (지원기준 변경 등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지만 전국 민자사업과의 형평성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밝혔다.



개통 첫해인 2011년 205억원을 기록했던 신분당선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지난해 874억원으로 늘었고 올해에도 1,000억원 안팎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회사가 설립된 2005년에서 2010년까지 적자(262억원)를 포함하면 지금까지 누적적자 규모가 2,300억원을 넘는다. 내년에도 적자가 지속되면 완전자본잠식이 불가피하다. 주주들이 자본잠식을 그냥 놓아두지 않고 어떻게든 확충하겠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이는 파산위기에 몰리는 것은 분명하다.

신분당선 주주들 사이에서도 파산위기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신분당선 관계자는 “당초 예상했던 SOC사업들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당초 승객수요를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앉아서 손실을 더 보느니 최후의 수단으로 정리(파산)하고 정부가 운영권을 되사가도록 하는 방안을 일부 주주들이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당선 주주들은 국내 건설사들이 대부분이다. 두산건설이 29.0%로 최대주주이고 대림산업(9.7%), 대우건설(9.7%), 동부건설(4.8%), 포스코건설(4.8%) 등이다. 건설경기 위축으로 이들 건설업체 역시 추가 손실을 감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 1~2년이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신분당선 측은 국토부에 이 같은 분위기를 설명하고 실시협약 때 맺은 MRG 기준변경 등을 건의하고 있지만 거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요예측은 민간업자가 잘못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계약 당시 조건을 변경해줄 수는 없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분당선 측은 정부와 법적 소송도 검토할 수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양측 간 이견이 장기화되면 누적적자에 시달리는 신분당선의 파산위기는 내년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운행차질 등 시민들의 불편도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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