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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사형 집행 교도관의 고뇌 그려

● 집행자

사형 집행 교도관을 소재로 한 영화 '집행자'의 한 장면.

7만원. 사형을 집행하는 대가로 받는 '특별수당'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사형제 논란 속에 빠져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교도관이다. 법에 의해 마땅히 사형을 구형받은 범죄자가 있고, 모두가 그를 사형에 처하는 게 옳다 해도 그 일을 집행햐야 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나'라면? 영화 '집행자'는 사형제도를 교도관의 입장에서 풀어낸 작품이다. 한국은 97년을 마지막으로 사형이 집행되지 않아 세계에서 134번째로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가 됐다. 영화는 12년 만에 사형제도가 부활한 상황을 가정해 사형집행 시점의 교도소 상황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막 백수 딱지를 벗고 교도관이 된 신참 오재경(윤계상).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고 말하는 냉정한 교도관 배종호(조재현), 20년간 교도소에 복역한 사형수와 내기 장기를 두던 마지막 사형 집행자 김교위(박인환). 이들이 사형을 대하는 모습은 사형을 바라보는 시선만큼 다양하다. 특히 20년간 친구로 지냈던 사형수의 목에 손수 밧줄을 감는 김교위의 모습은 집행자로서의 고뇌가 정점에 다다르는 부분이다. 영화는 사형제도에 대한 한 가지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땅히 처형돼야 할 듯이 보이는 연쇄 살인마와 '저 사람을 꼭 죽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사형수가 공존한다. 또, 배우들은 교도관이 가진 고뇌를 충분히 표현한다. 특히 윤계상이 사형집행 후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 왜 지랄들이냐고요!"하고 절규하는 부분은 숱하게 사형을 논하면서 그 사형을 집행해야 하는 사람의 심정을 생각하지 않았던 우리로 하여금 공범이 되는 기분을 들게 한다. 다만, 감독과 제작자가 한결같이 '무겁지 않다'고 주장하는 영화는 어설픈 '가벼움'이 오히려 영화에 잘녹아들지 않고, 사형과 더불어 낙태까지 등장시키는 감독의 과욕과 첫 장편 데뷔작이 안고 있는 성긴 연출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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