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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로 추락하는 미국 자동차 빅3의 공백을 틈타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던 유럽 최대 자동차 업체 폴크스바겐이 24일부터 미국에서 처음으로 공장 가동에 돌입한다. 폴크스바겐의 임금 수준은 디트로이트를 중심으로 한 빅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미국 자동차 메이커에 초비상이 걸렸다. 도요타나 혼다등 일본 업체들만 겨냥해 임금 삭감에 나섰던 빅3는 폴크스바겐이라는 새로운 적과도 힘겨운 전쟁을 치러야 할 판이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폴크스바겐의 북미 첫 공장인 테네시주 채터누가 공장이 24일 가동을 시작하며 시간당 임금(수당 포함)은 27달러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는 라이벌 업체인 디트로이트 3사와 일본 도요타의 미국 공장 평균 임금인 52달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앨러배마주와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ㆍ기아차의 임금과도 맞먹는 수준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2008년부터 채터누가 공장 건설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폴스크바겐이 미국 남부행에 눈독을 들인 것은 이 지역에 값싼 노동력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미국 북동부로 연결되는 고속도로와 철도 등 최적의 물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1988년 일본 자동차 업체와의 비용 경쟁에서 밀려 미 펜실베니아주 소재 뉴 스탠턴 공장 문을 닫은 바 있다. 폴크스바겐은 채터누가 공장을 통해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일 다는 원대한 포부를 세웠다. 특히 채터누가 공장에서 미국 고객에 맞춘 파사트(Passat) 새 버전을 생산해 북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 동안 폴크스바겐은 달러대비 유로화 가치 급등으로 수출 시장이 타격을 받으면서 미국 시장에서는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했다. 폴크스바겐의 2010년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11.4%로 세계 3위인 반면 북미 시장점유율은 2%에 그쳤다. 폴크스바겐은 체터누가 공장을 발판으로 미국 내 연간 판매량을 현 30만대에서 2018년에는 백만 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채터누가 공장이 가동 초읽기에 들어가자 일본 자동차 업체만 겨냥해 임금 줄이기에 나섰던 디트로이트 3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폴크스바겐의 임금이 자사에 비해 턱없이 낮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향후 노조와의 협상에서도 난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 정부로부터 공적 자금을 수혈받으며 간신히 살아났던 GM과 크라이슬러는 라이벌 업체인 일본 도요타 수준으로 임금을 맞추기 위해 UAW와 협상을 맺었다. 실제로 디트로이트 3사의 금융위기 이전 평균 시간당 임금은 70달러에 육박했지만 협상을 통해 도요타의 임금 수준인 50달러 선까지 끌어내렸다. 포드의 시간당 임금은 현재 58달러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비용 절감의 타깃으로 삼은 것은 신규 사원이었다. 디트로이트 3사는 신입 사원의 시간당 임금(수당 제외)을 숙련 노동자의 절반 수준인 14달러로 책정했다. 또한 신규 사원들에 종신연금 프로그램 대신 확정기여형 연금(DC)의 일종인 401k 퇴직 연금에 가입하게 해 회사의 부담을 줄였다. 기존 노동자들의 고통 분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전문가들은 디트로이트 3사와 UAW가 신규 사원만을 대상으로 임금 삭감만 고집할 경우 남부에 앞다퉈 공장을 세우고 있는 업체들에 밀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바클레이스캐피털의 브라이언 존슨 자동차 수석 애널리스트는 "남부 공장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더 흡수할 경우 디트로이트 3사와 남부 공장간의 임금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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