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목요일아침에] 밀양 송전탑 갈등, 한번 더 대화하자.

분신사망 등 극단 치달아도 진심 어린 한전사장 사과에<br>주민들 대화 가능성 열어둬 공사재개 전 협상 꼭 필요해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한다는 소식이다. 반대하는 현지 주민들과의 큰 충돌이 우려된다.

이 지역의 송전탑 갈등은 벌써 8년째이다. 지난해 초에는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이치우(당시 74세) 어르신의 분신 사망으로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기도 했다. 이번 역시 큰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는 이미 한전과 합의가 이뤄진 지역, 반대가 없는 지역부터 공사를 시작하고 보상협의나 대화는 계속한다는 입장이지만 공사재개가 가시화된다면 물리적 충돌은 불을 보듯 뻔하다.

주민들의 반대이유는 송전탑이 세워질 경우 그 주변 땅은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한 죽은 땅이 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상한다고 하지만 선하지(線下地)일부에만 그칠 뿐 누가 송전탑 아래 있는 땅을 살 것이며 그 아래 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먹을 것인가 라는 주장이다. 756㎸의 초고압선로가 지나는 데 따른 전자파 우려도 크다. 근처 수녀원의 수녀님들은 고압선로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공해를 걱정한다.

한전 측의 입장도 딱하기만 하다. 오는 9월이면 3조2,500억원을 투자한 140만㎾급 최신형 원자력발전소인 신고리3호기가 준공되고 12월부터는 상업운전에 들어간다. 내년에는 신고리4호기가 준공된다. 하지만 송전탑 문제에 가로막혀 이 최신형 원전이 무용지물이 될 처지다.

하지만 지난 8년간의 갈등을 되돌아보면 오늘날과 같이 극한적인 대치국면으로 전개된 데는 한전의 책임도 크다. 밀양 주민들은 한전의 무리한 공사강행, 용역들의 폭력, 주민들 간의 분열 조장 등에 분노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무관심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지난해 1월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이후에야 공사는 중단됐고 정부는 당시 조석 차관이 현지를 방문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 취임 이후 현재까지 6차례나 밀양 현지를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한 조환익 한전사장의 노력으로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 사장은 지난달 26일에는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사망 장소에도 직접 가서 묵념하며 주민들에게 사과했다. 반대주민들 역시 이 같은 조 사장의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는 한전의 해법(특별지원안)을 거부하면서도 성명서에 "조 사장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평화적인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썼다.

비록 한전 제안을 거부했지만 성명서 형식과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화의 여지는 남아 있는 듯하다. 조 사장에 대한 높은 평가와 함께 한전의 특별지원안에 대해서도 항목별로 조목조목 대책위의 입장을 담았다. 지원안 자체를 거부한다면 이처럼 조목조목 따져가면서 반대이유를 붙일 필요는 없다.



이처럼 조 사장의 거듭된 방문과 진심 어린 사과로 쌓였던 상처들이 조금씩이나마 봉합돼 가던 상황에 다시금 충돌이 발생한다면 회복은 쉽지 않다. 따라서 공사재개에 앞서 한번 더 대화할 것을 권한다.

밀양시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따라서 나고 자란 고향 땅을 지킬 권리가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 국가의 발전을 위해 져야 할 부담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하는 분들이다.

누가 보더라도 우리는 지금 전력 위기상황이다. 2011년 9월15일, 예고 없이 다가왔던 대한민국 사상최초의 블랙아웃(순환정전)이 다시 발생하지 말란 법이 없다. 지난달 22일에도 신월성 1호기가 멈춰 섰다. 이에 따라 예비전력이 400만㎾까지 떨어지면서 전력경보 '준비'단계가 발령되기도 했다. 예비전력 200만㎾미만이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강제단전을 실시해야 한다. 100만㎾미만이면 2011년처럼 순환단전이 이뤄진다.

발전능력 등 전기공급만 문제가 아니다. 각종 송전선 등 전력공급망도 문제다. 발전소는 계속 건설하고 있지만 전력 수송망 확충은 6~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사람으로 치면 중증 고혈압 환자 상태다.

따라서 진지한 대화자세와 이 같은 국가적 필요성에 대한 진정성 있는 호소가 곁들여진다면 협상의 여지는 있다고 본다. 우선 8년간 쌓인 감정의 상처를 풀어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게 급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