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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富者는 묻고 대답하는 방식부터 다르다

■ 계층이동의 사다리 (루비 페인 지음, 황금사자 펴냄)<br>"부유-빈곤층 구분 하는것은 돈만이 아니다"<br>계층내 적용되는 암묵적 신호·불문율 존재<br>가난 벗어나려면 부자 삶의 방식등 배워야



빈곤층 "배부르게 먹었어?"
중산층 "맛있게 먹었냐?"
부유층 "보기는 좋았어?"
인기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재벌 2세 김주원(현빈)과 가난한 여성 길라임(하지원)은 촛불 하나를 두고도 극명한 태도의 차이를 보였다. 부유층을 상징하는 김주원은 "식사에 촛불은 기본이지"라고 말하지만 이를 사치라 여기는 길라임은 "기도할 거 아니면 꺼도 되지?"라며 훅 불어 버린다. 부유층과 빈곤층을 나누는 것은 소유한 '돈의 양' 만은 아니다. 이처럼 생활방식에 깔려있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식사 후 상대방에게 "배부르게 먹었냐?"라고 양을 중시해 물으면 빈곤층이고 "맛있게 먹었냐?"라고 질을 따진다면 중산층이다. 이들과 달리 부유층은 "차려진 음식이 보기 좋게 나왔냐?"고 묻는다. 삶에 대한 관점도 다르다. 빈곤층은 "삶은 운명이다.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는 식으로 체념하고 중산층은 "삶은 선택이다. 잘만 선택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기대하는 데 비해 부유층은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운명이다"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속 김주원이 '사회지도층의 솔선수범'을 거듭 강조했던 것은 설득력 있는 설정이었다. 부자와 빈자의 계층간 차이가 있다는 주장은 편견처럼 보이지만 저자는 30년 이상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공통점을 찾아냈다. 그는 이렇게 계층 내에서 적용되는 암묵적 신호와 계층별 불문율을 이해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불편하거나 혹은 불쾌할 수도 있는 이 같은 계층구분의 목적은 결국 계층간의 사다리를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해소하자는 데 있다. 계층 간의 불문율은 파고 들수록 다채롭다. 옷을 선택할 때 빈곤층은 '나를 표현하는 개인의 스타일'이 중요하지만 중산층은 '품질과 브랜드'를 따지고 부유층은 '예술성'을 중시해 디자이너를 먼저 살핀다. 시간에 대한 관념도 빈곤층은 미래의 결과보다 현재가 중요하고 중산층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을 가지는 데 비해 부유층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는 전통과 역사를 중시한다. 웃음의 코드로도 계층을 나눌 수 있다. 빈곤층은 사람과 섹스가 웃음거리이고, 중산층은 시트콤 같은 상황에 관해 웃음을 터뜨린다. 부유층은 사회적으로 무례한 행동을 꼬집을 때 많이 웃는다고 한다. 이렇게 계층 사이의 불문율을 연구한 저자는 빈곤층이 안고 있는 여러 현실에 주목하면서 '교육'을 통한 계층간의 이동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빈곤층에 머무는 까닭 중 하나는 자신에게 선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면 선택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아는데, 다른 계층의 불문율을 가르쳐주거나 자원을 제공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89쪽) 가난의 대물림 대신 부유층과 중산층의 불문율에 대한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을 시도하라는 주장이다. 각 계층이 보유한 재정적ㆍ정서적ㆍ지적 자원 등을 분석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하라고 조언한다. 나아가 격식을 갖춘 언어 사용, 역할 모델의 존재, 학업 성정 향상을 위한 지원 등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 저자는 결국 이런 불문율이 학교생활은 물론 입사 면접 및 사회 생활에까지 이어져 계층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경제 계층의 차이로 일어나는 장벽을 없애기 위해 전 세계 여러 국가의 학교, 기업, 사회복지단체, 법률관련 단체, 교회 등과 협력하고 있는 저자의 이력에 걸맞게 원제는 '가난을 이해하기 위한 틀'이라는 뜻의 'A Framework for Understanding Poverty'이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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