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테크의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지하철 개통 호재도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4ㆍ4분기 들어 분당선ㆍ7호선ㆍ경의선 연장선이 각각 개통됐지만 수혜 지역의 거래 가뭄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전셋값 상승만 부채질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의선 공덕~디지털미디어시티 구간이 2005년 4년 착공한 지 7년 8개월 만에 개통했다. 공덕역은 왕십리역과 더불어 지하철 5ㆍ6호선, 공항철도, 경의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쿼드러플 역세권'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공덕역 인근 부동산 시장은 조용하기만 하다. 공덕역 인근 P공인 관계자는 "경의선 개통에도 매매는 여전히 꽁꽁 얼어붙었고 오르는 것은 전셋값뿐"이라고 전했다. 개통 전에 이미 어느 정도 가격에 반영됐다고 하지만 거래가 줄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예전과는 다른 기현상이라는 것이 인근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올 8월 5억2,500만원에 거래됐던 인근 공덕 삼성래미안3차 전용 60㎡는 지난달 4억9,500만원으로 지하철 개통을 앞두고 오히려 집값이 3,000만원 내렸다.
반면 전셋값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마포구 전세가 상승률은 3.7%로 같은 기간 서울 평균(2.3%)을 웃돌았다.
올 10월 개통된 분당선 왕십리~선릉 구간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왕십리역 인근 행당동 대림e편한세상 전용 85㎡의 실거래가는 8월 4억8,500만원에서 11월 4억5,0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
분당선 개통으로 강남 접근성이 좋아진 성수동1가도 부동산114 조사 결과 매매가 변동률이 10월에만 0.03%로 반짝 상승한 뒤 11월(-0.4%p), 12월(-0.15%p)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전셋값은 10월 0.55%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뒤 11월(0.13%), 12월(0.11%)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숲역 인근 동아아파트 59㎡는 전셋값이 9월 말 1억5,500만원이었는데 분당선 개통 후 1억8,000만원까지 올랐다.
이 밖에 10월27일 7호선 연장선이 개통된 부천 중동신도시와 인천 부평구 역시 주변 집값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취득세와 양도세 감면 혜택이라는 다른 한편의 호재가 있었음에도 지하철 개통이 거래 증가를 견인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 그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앞으로는 더 이상 교통 호재가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요소가 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인 2009년 9호선 개통으로 집값이 상승했던 강서구와 비교해보면 최근의 부동산 경기는 더욱 위축됐다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교통 여건 개선은 매매보다는 전세 가격만 올리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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