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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2월 31일] 어느 中企사장의 속앓이

"중소기업이 납품단가를 제대로 받기 위한 제도는 도입이 됐죠. 하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거래 중단이나 신규사업 배제와 같은 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 때문에라도 납품 가격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세밑을 앞두고 한 중소기업 사장을 만났더니 밀린 자재 값과 직원들 급여를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그의 말처럼 올해 중소업계는 원재료 값이 오른 만큼 하도급 대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 도입에 큰 기대를 걸었다. 연초부터 정부의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과 함께 불이 붙었던 상생협력 분위기도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한 해를 마감하는 지금,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변동을 납품단가에 전부 반영한다는 곳은 2.3%에 불과했고 아예 반영 못한다는 기업도 27.7%에 달했다. 부품업체 사장들은 '대기업에 단가를 얘기했다가 수주물량이 줄었다'거나 '반품을 늘리는 등 이런저런 트집만 잡힌다'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제도만 믿고 '괜한 말'을 했다가 회사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보복 조치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올 한 해 동안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미담이 적잖이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뿐인가. 금융위기 여파로 내수가 침체되고 인력난과 자금난 등 어려움은 겪었지만 올해만큼 중소기업의 위상이 올랐던 해도 드물었다. 신용보증 확대와 은행 대출만기 일괄 연장 등 파격적인 금융지원책을 시작으로 고유영역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제도가 집중 조명됐고 공공부문으로의 판로 확대를 위한 길도 열렸다. 하지만 지금도 대다수 중소 협력업체들에 '상생'은 여전히 이름만 그럴듯한 구호일 뿐인 듯 하다. 그리고 올해 중소기업계를 비췄던 수많은 '빛'이 우리나라 300만 중소기업 가운데 몇 곳에나 비췄는지도 의문이다. 내년에도 숱한 중소기업 지원정책이 예고돼 있다. 2010년에는 중소업계가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좋은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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