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이트 통해 극약 매매주문

집단 음독자살과 촉탁살인 등 최근 자살사이트를 매개로 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사이버 공간을 통한 극약매매 주문이 이뤄지는 등 인터넷 자살사이트가 극약 구매통로로까지 활용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있다.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7일 카드빚을 갚기 위해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극약을 팔겠다는 허위광고를 내 자살희망자로부터 약품값 명목으로 금품을 챙긴 공모(29ㆍ간호조무사ㆍ대구 달서구 송현동)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지난 달 초순께 모 인터넷 자살사이트에 '죽는 것을 도와주겠다'는 메일을 띄워 이를 보고 연락한 K씨(22ㆍ여)에게 '단 한번 복용으로 죽을 수 있는 심장마비약으로 이미 5명이 자살에 성공했다'고 속여 핸드폰과 메일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물품거래 대화를 나눈 뒤 지난 13일 택배를 통해 K씨로부터 약값으로 4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조사결과 공씨는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제3자 명의로 가입한 이메일 주소를 이용, 자살사이트에 접속한 뒤 '효능이 뛰어난 마취제를 가지고있다' '수면제 100알로 자살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을 물에 빠뜨려 죽이기도 했다'는 등의 거짓메일을 띄워 자살희망자들을 현혹했으며 실제로 약국에서 수면제를 대량으로 구입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K씨 외에 고등학생 2명도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공씨에게 약품구입 문의를 했던 것으로 조사결과 밝혀졌다.

공씨는 경찰에서 "카드빚 750만원을 갚기 위해 일을 저질렀다"며 "심장마비약과 수면제를 구하려 했으나 약국에서 다량으로 팔지 않아 실패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씨에게 실제로 수면제 등을 구입했거나 속아서 금품을 건넨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공씨가 삭제한 이메일을 복원하는 등 여죄를 캐고 있다.

최석영기자